제2司正 射程圈에 촉각-政.官街 感잡기 골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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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22일 인천북구청 세무비리사건과 관련,『역사와 국민앞에 부정부패 척결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다』고밝히자 정.관가(政.官街)가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제2사정(司正)의 불똥이 어느쪽으로 튈 것인지 아직 방향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여야는 한결같이 『사정을 강화하다보면 정치권에 시체가 즐비하게 된 것이 관례 아니냐』며 『위축돼 있는 정계에 또다시 한파가 몰아닥쳐서는 안된다』고 일찌감치 방어막을 치고있다.공무원들은 『그렇지 않아도 복지부동상태인 공직자 사회를 더욱 움츠러들게 한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사정의 방향을 구조적 부정부패의 법적.제도적 방지장치 마련쪽으로 두고있다.金대통령은 몇차례에 걸쳐 『부정부패가 자리잡을 수 없도록 법과 제도를 하루속히 개선하라』고 이번정기국회에서의 법개정을 지시했다.
윗물맑기운동은 어느정도 성공을 거두었다는게 金대통령의 판단이고 보면 제2사정의 대상은 자연히 중하위직 공무원이라는 게 드러난다.사정의 칼날이 다시 휘둘러지게된 이유가 내무부 지방세무직 공무원의 비리사건이라는 점에서도 대상은 분명해 진다.
청와대는 법과 제도의 개선을 세가닥으로 추진하고 있다.우선 구조적 비리발생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지방세 징수제도의 전산화등을 들수 있다.국세는 이미 전산망이 완료돼 이번 인천 세무비리와 같은 대형횡령사건이 발생하기 어렵지만 지방세는 서울등 일부지역만 전산화돼 있어 현장조작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공직자의 횡령을 형사처벌만 해서는 안되며 횡령액을 추징하는 한편 법적으로 가능하다면 횡령액으로 증식한 재산까지 몰수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검토하고 있다.
또 금융실명제의 기본취지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수사의 효율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강구중이다.
지난해 사정이 목표사정이라고 불릴만큼 대상을 정해 큰 그물로투망했다면 이번 사정은 중간 그물로 세무.민원쪽을 향해 무작위로 던지는 셈이다.단발성 비리보다는 구조적 비리척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민자당의원들은 제2사정에 대해 특별한 정보를 갖고있지 못하다.그저 돌아가는 형국을 지켜보는 의원이 대부분이다.다만 상당수 의원들은 제2사정이 작년과 같은 형태로 진행되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즉 과거 정권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찾아내 벌을 주는 형태는 작년의 사정으로 사실상 끝을 내야한다는 것이다.물론 주로 민정계 의원들이 이같은 견해를 피력한다.현정권출범이후에 일어난 사항들에 대한 사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 다.그같은 주장의 내면에는 자신들은 현정권출범이후 줄곧 소외되어왔기 때문에 현정부출범이후 사항에 대한 사정이 전개될 경우 자신들은 사정의 사정거리를 벗어날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도 같다.
제2사정을 둘러싸고 계파간의 미묘한 시각차가 발생한다.민주계의원들은 과거정권부터 내려오는 고질적인 병폐가 아직 뿌리째 뽑히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한다.작년과 같은 사정이 다시 전개되어야 한다는 견해인 것이다.계파를 초월해 민자당 전의원들의 제2사정과 관련된 공통분모는 더이상 「정치권」사정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희망이다.
그러나 몇몇 의원들은 하위직 공무원들에 대한 집중 사정에 대해서도 이견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다.익명을 부탁한 한 민정계 의원은 윗물이 맑아지면 아랫물이 맑아진다고 했던 정부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작금에 아랫물이 흐려진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金基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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