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한국 과학자·기업 참여 길 트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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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한국 과학자들이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의 연구.개발(R&D) 프로젝트에 인터넷을 통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전 세계를 묶는 온라인 R&D센터 '이노센티브'가 한국에 진출, 한국어 웹사이트(http://kr.innocentive.com)를 열었기 때문이다.

이노센티브의 데런 캐럴 사장은 9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러시아어.스페인어.중국어 등에 이어 일곱째로 한국어 웹사이트를 개설한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으로부터도 R&D 과제를 모집한다.

이노센티브는 다국적 제약회사인 일라이 릴리가 투자해 2년반 전 설립한 세계 최초의 '사이버 연구소' 개념의 기술 포털이다. 직원 수는 24명밖에 안 되지만 전 세계 1백25개국 5만여명의 과학자와 30여개 다국적 기업을 연결해 주고 있다.

▶화학▶제약▶생명과학▶농학 등 각 분야에서 기업체의 의뢰를 받아 이들이 해결했으면 하는 R&D 과제를 홈페이지에 올리고, 이를 풀어내는 과학자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한다.

캐럴 사장은 "과학자라면 누구나 자격 제한 없이 홈페이지 등록만으로 R&D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으며, 문제를 해결하면 최고 1억2천만원의 인센티브가 지급된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체에 근무하는 연구원은 제시한 해결책이 채택될 경우 소속 회사의 승인 여부를 묻는 절차가 있다. 혹시나 일어날 수 있는 산업 기밀 유출 시비를 막기 위해서다.

주요 의뢰 고객으로는 모회사인 일라이 릴리를 비롯해 세계적 화학기업인 바스프.다우케미컬, 소비재 기업인 P&G 등의 다국적 기업들이 있다.

이노센티브는 지난해 6월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인공 구름.전자섬유와 더불어 '미래 세계의 11가지 중요 발명품' 중 하나로 선정된 바 있다.

캐럴 사장은 "이노센티브는 전통적인 조직의 경계를 넘어 R&D 해결 아이디어를 전 세계에서 얻고자 만들어졌다"며 "R&D의 장(場)을 좁은 연구실에서 '국경 없는 인터넷'으로 넓힌 혁신적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지적재산권과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치도 취하고 있다. 특정 R&D 과제를 내놓은 기업의 이름은 비밀로 하며, 과학자가 금전적인 보상을 받은 후에만 지적재산권이 의뢰한 기업으로 넘어간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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