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정치 경제UN 탈바꿈 시도-49차 유엔총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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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과연 유엔이 기존의 정치.안보중심에서 경제중심체제로 탈바꿈할수 있을 것인가.
20일 개막된 제49차 유엔총회에 즈음해 제기되는 질문이다.
유엔의 역할과 기능재정립에 관한 논의는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으며 특히 냉전 종식이후「정치유엔」에서「경제유엔」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부쩍 더 강조돼 왔던 터이다.
이번 총회에서는 이런 노력이 보다 가시화될 전망이다.
유엔은 이미 지난 5월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사무총장 명의로「개발을 위한 과제」의 보고서를 내놓은데 이어 6월에는「개발을 위한 청문회」까지 개최하는 등 종래에 없던 체계적인 노력을경제분야에 기울여 왔다.
정치.안보분야에서 향후 유엔이 갈 길을 제시한「평화를 위한 과제」를 최근 2년간의 토의를 거쳐 완결지었듯 이번에는「개발을위한 과제」를 만들어 경제분야에서의 유엔역할을 재정립하겠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말해 경제분야에서도 정치분야의 안전보장이사회같은 막강한 기구를 만들고 싶은 것이 유엔의 욕심이다.
이를 위해 비록 아이디어 단계에 불과하지만 기존의 안보리(安保理)를 경제분야까지 포함해 확대개편하자는 안(案)을 비롯해 별도로 신설하자는 案,기존의 G7국가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와 개도국그룹 대표들까지 망라한 경제개발위 원회를 만들자는 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안이 나오고 있다.
유엔이 제시하고 있는 개발전략의 큰 흐름 또한 상당한 설득력을 발휘하고 있다.
환경분야에서는 92년 리우회의를 계기로 유엔의 입지를 제법 확보했으며 최근 세계 어족보존회의에서도 20억달러의 기금을 모으는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국가간 이해관계 뿐 아니라 세계경제운영의 주도권을 행사해온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등 기존 국제기구들의 반발을 감안할 때 유엔의 이같은 의욕이 만족스럽게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유엔이 아무리 애를 쓴다해도 세계경제의 돈줄을 쥐고 있는 IMF나 IBRD,또는 무역질서를 장악하고 있는 GATT체제(앞으로는 WTO체제)와의 힘겨루기에서는 턱없이 역부족일 수 밖에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회에서는 경제분야에 관한 논의가 전에 없이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빈국(最貧國)에 대한 무역지원방안이나 개도국에 대한 환경분야 기술이전장벽 제거방법등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될 것으로보이며 지금까지 권고기능밖에 없는 경제사회이사회의 기능강화방안논의 또한 관심거리다.
그러나 유엔의 이같은 체질개선 노력은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는 것이 유엔 주변의 공통된 분석이다.
[유엔본부=李璋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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