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갈 데 없는 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동문들이 "전셋집 마련" 3억 모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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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1일 사임한 정창영(64.사진) 전 연세대 총장의 거처 마련을 돕기 위해 이 대학 동문들이 나섰다. 연세대 동문회 수석부회장인 이범관(64) 변호사는 6일 "부인의 개인 비리는 법에 따라 처벌받아야 하지만 정 전 총장의 사정이 워낙 딱해 모금 활동을 벌였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큰아들(36)의 사업 부도로 생긴 빚을 갚아 주기 위해 취임 전에 살던 집을 팔았다. 사임 뒤 공관을 비워 줘야 하지만 현재로선 딱히 갈 곳이 없는 상황이다.<본지 11월 2일자 14면>

이 변호사는 "중앙일보 보도를 보고 3일 동문회장단 비공식 회의를 열어 모금 활동을 결정했다"며 "나흘간 동문 10여 명이 비공개로 참여해 3억원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어 "아무도 총장이 그렇게까지 어려운지 몰랐다"며 "3억원이면 전세금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해 모금을 중단했다"고 덧붙였다. 동문회는 이 돈을 정 전 총장에게 전세자금 명목으로 전달할 계획이다.

정 전 총장은 부인 최윤희(62)씨가 치의학과 편입학과 관련해 학부모로부터 2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일자 사임했다. 현재 정 전 총장은 총장 공관에 머무르고 있다. 연세대 관계자는 "아직 신임 총장이 선출되지 않아 그 전까지는 굳이 비워 줄 필요가 없다"면서도 "정 전 총장의 성격상 빨리 나가려고 집을 알아 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의 아들은 2001년 대기업을 나와 바이오 벤처기업을 창업했지만 2년 만에 부도가 나 50억원의 빚을 졌다. 이 때문에 연대 보증을 선 정 전 총장은 채권자들로부터 '돈을 대신 갚으라'는 독촉에 시달렸다. 2004년 4월 총장에 취임하기 전엔 월급까지 차압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울 서부지검 형사5부(김오수 부장검사)는 금명간 정 전 총장의 부인 최씨를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구본민 차장검사는 "최씨가 제출한 진술서를 살펴봤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내용이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동기.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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