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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도 … 경찰서도 … '내비' 에 내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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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서울 송파구에 사는 이보람(23.여)씨는 지난 주말 도봉산에 오르기 전 차 안에 있던 내비게이션을 챙겼다. 이씨의 내비게이션은 '등산목표' 기능이 있다. 현재 자신의 고도, 경.위도와 목적지까지의 남은 거리와 방향이 표시된다. 이씨는 "등산 갈 때도 유용하다"고 말했다.

골프를 칠 때 그린까지 남은 거리를 표시해 주는 '골프거리 측정기'도 내비게이션의 일종이다. 내비게이션은 운전은 물론 골프나 등산.자전거 하이킹 등 스포츠.레저에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내비게이션은 2005년 80만여 대, 지난해에는 120만여 대가 팔렸다. 올해는 200만 대가 넘게 팔릴 것으로 보여 총보급대수는 400만 대로 추정된다. 내비게이션 보급이 늘어나면서 우리 주변의 생활 풍속도도 크게 변하고 있다.

◆관공서.업체 위치 수정 공문=인천동부경찰서는 지난해 인천남부경찰서로 이름을 바꾸고 청사도 옮겼다. 민원인들로부터 "내비게이션에 안 나와 헤맸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자 경찰서는 곧바로 제조업체에 "지역 주민의 불편 해소를 위해 위치와 명칭을 수정해 달라"는 내용의 정식 공문을 보냈다. '아이나비'로 알려진 내비게이션 제조업체 팅크웨어 관계자는 "관공서에서 수정이나 새로 등록을 요청하는 공문이 한 달에 2~3건 들어온다"고 말했다.

관공서뿐 아니라 식당.펜션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내비게이션 위치 등록은 필수다. 강원도에 있는 프라다펜션의 최상봉(56) 사장은 "위치가 어딘지 설명을 안 해도 돼 우리도 편하다"고 칭찬했다. 내비게이션의 '명칭검색'에 포함되는 상호는 '114 전화안내'에 있는 자료를 그대로 적용한다. 그러나 관광객이 주변의 식당.숙박시설.노래방 등을 찾을 수 있는 '테마검색'은 제조업체가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 직접 등록한다. 한 제조업체는 별도의 맛집 평가실사팀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업주들의 경쟁이 치열해 실사팀이 직접 가서 맛을 보고 합격해야 등록된다"고 설명했다.

◆오토바이에도 단다=택배기사들에게 내비게이션은 필수품이다. 이제는 오토바이 퀵서비스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스피드 퀵서비스의 김건일(37)씨는 "쉽게 빨리 도착할 수 있어 20~25%는 내비게이션을 설치했고 점점 늘어 간다"고 말했다.

렌터카 업체도 마찬가지다. 금호렌터카는 단기 대여 차량 6500대 중 내비게이션이 없는 5200대를 위해 2500기의 외장형 내비게이션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40세 이하는 거의 다 내비게이션을 요구한다"며 "20대 젊은 고객 중에는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 보유량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의 렌터카에는 거의 100% 내비게이션이 달려 있다. 관광지나 식당의 내비게이션 코드와 할인 쿠폰이 함께 있는 책자를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내비게이션에 코드 번호만 입력하면 가고 싶은 곳으로 자동으로 안내된다.

콜택시도 콜한 손님을 빨리 찾아가기 위해 대부분 내비게이션을 달고 있다. 이달 중순 서비스를 시작한 SK에너지의 '나비콜'은 가입 택시 모두에 내비게이션을 장착했다. SK텔레콤 휴대전화 이용자가 콜택시를 부르면 택시 내비게이션에 자동으로 전화한 사람의 위치가 표시된다.

내비게이션 판매량이 늘면서 종이 지도책 매출은 줄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의 올해 휴가철(7, 8월) 지도책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18%나 줄었다.

민동기.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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