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군데 직장 옮긴 김용철 변호사 왜 떠날 때마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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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주장한 김용철 변호사는 지금까지 크게 세 차례 직장을 옮겼다. 검찰에서 삼성으로, 다시 법무법인 '서정'의 변호사로 일했다. 김 변호사는 조직을 나올 때마다 "원칙을 지키려다 탄압받아 쫓겨났다"고 주장했다.그러나 검찰.삼성.서정의 얘기는 좀 다르다.

김 변호사는 1997년 검찰을 떠나 삼성으로 간 이유로 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에 대한 상부의 수사중단 압력을 들었다. 그는 "당시 쌍용그룹 김석원 회장이 보관하던 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 61억원을 찾아냈으나 김영삼 정부가 막았다"며 "이후 부천지청으로 쫓겨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한 검사는 "상부에서 압력을 받았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며 수도권인 부천지청으로 발령난 것도 인사에서 불이익을 당한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검찰 출신 문모 변호사는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수사 때 이미 김석원 회장이 노 전 대통령 비자금 200억원을 관리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그 이후 추가로 적발된 61억원에 대한 수사를 청와대가 막을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가 삼성에서 퇴사한 이유에 대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김인국 신부는 "김 변호사가 2004년 에버랜드 사건 1심 판사에게 30억원을 건네라는 (삼성 측의)지시를 거절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 관계자는 "김 변호사는 스스로 '2003년 말부터 대선자금 수사가 진행되는 6개월 동안 업무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런 그에게 2004년 3월 말 시작된 에버랜드 재판담당 판사에게 30억원을 주라고 지시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올해 7월 법무법인 서정에서 퇴직한 것은 삼성이 압력을 넣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서정 측은 "김 변호사가 외부 기고로 여러 차례 내부 변호사들과 마찰을 빚고 부적절한 처신을 해 퇴출을 결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최근 서정을 상대로 10억원의 출자금 반환소송을 법원에 냈다.

김 변호사는 5일 2차 기자회견에서 "검사 시절 음주 운전한 동생, 술 먹고 폭력을 휘두른 처남을 구속했다"고 말했다. 형제나 친인척도 안 봐줄 정도로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검사의 소명으로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대검의 한 검사는 "음주운전 하고 도주했거나 만취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게 상해를 입혔다면 피해자가 있는 만큼 구속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 검찰 내부 규정상 가족이나 친인척 관련 수사는 회피해야 하기 때문에 직접 구속했다는 듯한 말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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