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지지율 거품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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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7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 그의 지지율은 어떻게 움직일까.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가 기정사실로 인식되면서 정치권의 시선은 그의 지지율 그래프에 쏠리고 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은 20%대 초반이었다. 가장 높게 올라간 조사는 5일 발표된 한겨레신문-리서치플러스의 26.3%였다.이 전 총재의 지지율은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형성된 것이어서 유동성이 큰 것으로 봐야 한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지지율이 BBK 사건의 진행 추이와 맞물려 오르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총재가 보수 진영 분열에 대한 비판 여론을 무릅쓰면서 내놓은 출마 강행 명분은 '불안한 이명박 후보론'이다.

만약 이달 중순께 미국으로부터 송환되는 김경준(전 BBK 대표이사)씨를 통해 이명박 후보의 치명적 약점이 드러나면 이 후보 지지층이 대거 이 전 총재 쪽으로 옮겨 갈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다 이명박 후보와 갈등을 겪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까지 얻어낸다면 지지율은 날개를 달게 된다. 하지만 현재로선 두 가지 모두 극단적인 가정일 뿐이다.

오히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후보가 지지율 상승 동력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 전 총재는 이념적으로 보수 색채가 워낙 강해 이명박 후보의 주 지지층인 수도권, 30~40대의 표심을 흔들기 어렵다. 거꾸로 이 전 총재의 아킬레스건인 대선 잔금, 차떼기 등의 부패 문제를 거론하며 이 후보와 범여권이 집중 공격을 가하는 상황이 예상된다. '이인제 탈당'으로 정권을 내줬던 1997년 대선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보수 진영의 '사퇴' 압박도 부담이다.

선거자금 문제도 만만치 않다. 이 전 총재가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면 국고 지원을 못 받기 때문에 자력으로 수십억~수백억원에 달하는 선거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무소속 출마 시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은 14% 안팎에 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최근 이 전 총재에게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이번 주까지는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겠지만 지지층이 박 전 대표 지지층과 겹치는 한계 때문에 다음주부터 조정국면에 들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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