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이동규 "난 호스트바 선수였다"

중앙일보

입력

"나는 호스트바 출신이다."

오는 20일 온.오프라인 동시 개봉 예정인 영화 <욕망>(명필름, 김응수 감독)의 주인공 이동규(26)가 호스트바 출신임을 당당히 밝혀 충격을 줬다. 그는 <욕망>에서 호스트바의 '잘 나가는 선수'로 출연했다.

이동규는 지난 8일 기자와의 인터뷰 도중 호스트바 경력을 묻는 질문에 "한때 서울 강남구 양재동과 신사동의 호스트바에서 호스트로 일했다"고 고백했다.

이동규가 호스트바 출신일 것이란 추측은 서울 강남의 술집 여종원들을 중심으로 파다하게 퍼진 상태. 영화 <욕망>의 촬영이 한창이던 2002년 초부터 '카더라'는 소문이 돌더니 최근 영화 개봉을 앞두고 '사실'로 발전했다.

특히 이동규의 <욕망> 속 배역 이름이 '레오'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확실하다'며 이동규와의 경험까지 전하는 아가씨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아가씨들은 "그 남자가 호스트바에서도 예명을 '레오'로 사용했다"고 전했다.

갑작스런 질문에 처음엔 다소 당황하던 이동규는 '2001년 6월부터 약 3개월 동안 호스트바에서 일을 했던 것은 사실이다. 다만, 전업이 아닌 영화 '욕망'의 배역 연구를 위해 다녔을 뿐이다'고 했다. '욕망'에서 이동규는 부부가 한 남자를 동시에 탐닉하는 기이한 불륜에 휘말린 호스트바 '선수'.

남편과는 동성애를 나누고 부인과는 이성애를 나누는 양성애자 역할이다. '현실 속에서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역할이었다. 직접 뛰어드는 모험을 선택했다'는 이동규는 '무척 현실적인 세계였다. 역시 일반적인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다'고 했다. 호스트로 일하는 동안 이동규는 배우라는 사실을 철저하게 숨겼다.

이동규가 전하는 호스트바의 세계는 단순 명쾌했다. 호스트바는 일반 룸살롱과 마찬가지로 '돈'을 벌기 위한 사람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 일반 룸살롱의 남성과 여성의 성 역할이 바뀌었을 뿐이다.

호스트들은 고정 수입 없이 술값에 포함된 팁이 수입의 전부다. 이 팁은 마담과 호스트가 2 대 8 정도로 나눈다. 술자리에서 손님이 건네는 팁은 부가 수입이 된다. 술자리에서의 팁과 술자리 도중 '뺀찌(퇴짜)'를 맞지 않기 위해 온갖 장기를 발휘해야 하는 것은 호스트들의 임무. 노래는 물론 최신 유머, 개인기 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퇴짜 맞지 않기 위해 진짜 열심히 했다"며 쑥스러워하는 이동규는 "그나마 선택되어 술자리에 앉을 수 있는 호스트는 운이 좋은 경우다"고 했다. 호스트가 직업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대학생, 대학원생 등 순수하게 아르바이트 삼아 일을 하는 경우도 상당한 수준으로 호스트는 생각보다 많다. 또한 손님들의 기호가 다양하다는 것. "미남형의 호스트라고 무작정 잘 팔리는 것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호스트바를 찾는 손님들은 대부분 술집 여종업원. 전문직 종사자들이나, 호기심에 전과(?)가 있는 친구를 따라 찾아온 30대 후반 주부들이 그 뒤를 잇는다.

의외인 것은 일부 일반 룸살롱에서 통과의례처럼 되어 있는 '2차'를 나가는 호스트는 거의 없다는 것. 업주 측에서 '선수 관리'를 위해 2차를 막는다고 한다. 대부분 술자리에서의 봉사를 끝으로 임무를 마감한다. 단, 돈 많고 외로운 여자를 찾아 은밀한 작업을 거는 호스트들이 없지는 않다고 전했다.

이동규는 "부끄럽지도 않지만 일부러 밝히고 싶지 않았다. '호스트'라는 일을 순수하게 직업 삼아 일하는 사람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염려스러웠다"면서도 "아무리 팁을 많이 준다고 해도 다시는 하지 못할 일이었다. 어떤 일보다 힘들었다"고 했다.

일간스포츠 박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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