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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金상공장관의 용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최근 김철수(金喆壽)상공장관이 뉴욕을 다녀갔다.새로 탄생되는WTO(세계무역기구)의 초대 사무총장에 출마,미국언론을 상대로선거운동을 하러 왔던 것이다.국내에서도 金장관을 WTO사무총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별도의 대책반까지 만들어 범정부차원의 지원을 아끼지않고 있다고 한다.
우루과이라운드의 타결에 따라 새로운 세계무역질서를 이끌고 갈심장부에 해당하는 WTO사무총장 자리에 누가 앉을 것인가는 세계적인 관심사다.멕시코의 살리나스 現대통령을 비롯해 쟁쟁한 국제저명인사들이 이미 맹렬한 선거운동을 펴고있다.
김장관은 바쁜 일정을 쪼개 뉴욕에서 미국의 여러 저명한 경제기자들을 만나 자신의 경제철학을 피력했다.뉴욕타임스를 비롯해 월스트리트 저널.비즈니스위크.워싱턴포스트등 이름있는 언론의 관계자들을 모두 만났으므로 이들만 잘 설득시켰어도 金장관은 상당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기회였다.다행히 金장관 개인에 대한 미국 언론의 평판은 좋은 편이라는 것이 한 미국기자의 귀띔이다. 그러나 그 다음 이야기가 문제다.외제자동차 조차 수입규제하는 나라에서 어떻게 세계자유무역질서를 앞장서서 창달해 나가야 할 WTO의 수장(首長)자리를 맡을 수 있겠느냐는 반문이었다.
金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도 미국기자들은 가차없이 이문제를 물고늘어졌다고 한다.미국 자동차를 얼마나 더 수입할 것이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자동차 수입에 대한 한국정부의 태도와 철학을파고 들었으니 金장관인들 얼마나 곤혹스러웠겠는 가,충분히 짐작이 간다.
한국자동차시장에서 외국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은 0.2%.1천대에2대꼴인 셈이다.미국기자들은 이 점을 지적하면서『국민소득이 1만달러에 육박하고 있고,수십만대의 자동차를 외국에 수출하면서도자기네 나라에 들어오려는 외제차에 대해서 그처 럼 심하게 규제하는 나라는 이 지구상에 한국 밖에 없을 것이다.그런 나라의 주무장관이 WTO사무총장에 출마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용기』라며 비꼬았다.
한국적 현실과 정서가 자유무역창달이라는 WTO사무총장의 임무와 얼마나 배치되어 있는가는 누구보다 金장관 자신이 가장 절실하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뉴욕=李璋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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