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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샤라프 퇴진 요구 시위 확산…변호사 350여 명 잡혀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에 항의하는 변호사들의 시위가 5일 전국적으로 확산된 가운데 경찰이 강경진압에 나섰다. 변호사들은 무샤라프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으나 경찰과 충돌해 수십 명이 다치고 35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AP.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펀자브주(州) 주도인 라호르에서는 2000여 명의 변호사가 고등법원 청사 앞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변호사들은 거리행진을 위해 거리로 나섰으나 경찰은 경고방송을 한 뒤 바로 최루가스와 곤봉을 사용해 진압에 나섰다. 아프타브 치마 라호르 경찰서장은 "변호사들이 먼저 경찰에 돌을 던지며 문제를 일으키는 바람에 진압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시위에 참여한 원로 변호사 사르프라즈 치마는 "변호사들의 평화적인 시위를 경찰이 무력 진압한 것은 독재에 대한 저항을 잠재우려는 것"이라며 "우리는 절대 비상사태 선포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이즈 아버 유엔 인권고등판무관(OHCHR)은 이날 "파키스탄의 국가비상사태 선포와 기본권 유보 조치는 충격적"이라며 구금 인사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그는 "비상사태는 긴박한 안보 위협에만 발동돼야 하며, 사법부의 독립성을 해치는 데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남부 항구도시 카라치에서도 법원 진입을 시도하던 변호사들과 취재진이 경찰과 충돌했다. 페샤와르와 펀자브주의 물탄 등에서도 변호사들과 경찰이 충돌했다. 경찰은 변호사들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가했으며 현장에 있던 기자들의 촬영을 막았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고등법원 판사인 라시드 라즈비는 "파키스탄 역사상 이렇게 많은 변호사가 체포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정국 혼란으로 국내외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며 파키스탄 주식시장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날 카라치 주식시장은 1,3279.60으로 마감해 지난 주말보다 4.6%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6월 14일 이후 가장 크게 떨어진 것이다. 파키스탄 루피화 가치도 한 달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이날 파키스탄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한 단계 낮췄다.

한편 미국은 파키스탄의 국내 정치 위기에도 불구하고 테러 척결 노력을 인정해 원조를 삭감하거나 중단하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뉴욕 타임스(NYT) 인터넷판이 4일 보도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3일 비상사태 선포로 야당 지도자와 인권운동가들에 대한 탄압과 인권 유린을 문제 삼아 파키스탄에 대한 미 정부의 지원을 재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라이스 장관의 이러한 발언에도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가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대파키스탄 원조를 중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은 2001년 이후 대테러 활동 공조의 대가로 파키스탄에 110억 달러(약 10조원)를 지원해 왔다. 신문은 "알카에다 지도부 축출과 탈레반 소탕이 목표인 미 행정부가 파키스탄 국내 정세로 테러 척결에 부정적 영향이 미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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