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조상 묘 옮긴 이회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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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6월 말~7월 중순 직계 조상묘 9기를 옮긴 충남 예산군 신양면 녹문리 13-1의 선영. 이 묏자리를 봐줬던 풍수지리연구가 박민찬씨는 "후손 중에 군왕이 나올 수 있는 명당"이라고 주장했다. 이곳엔 선친과 모친의 합장묘가 있다. [예산=연합뉴스]

대선 출마 선언이 임박한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의 조부모와 증조부모 등 직계 조상 묘 9기가 6월 말~7월 중순 이장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5일 전주 이씨 예산종친회와 풍수전문가 등에 따르면 충남 예산군 예산읍 산성리 산 111-5에 있던 이 전 총재의 조상 묘 9기가 같은 군내 신양면 녹문리 산 13-1 선영으로 옮겨졌다. 선영엔 이미 이 전 총재의 선친(이홍규)과 모친(김사순)이 합장돼 있다.

이 전 총재는 지난번 대선 한 달 전인 2002년 11월 선친을 산성리에 묻었다가 2004년 4월 녹문리로 이장한 데 이어 2005년 10월 모친이 작고하자 이곳에 합장했다. 조상 묘 9기 이전 시기가 한나라당 경선(8월 19일) 이전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5년 11월 조상 묘를 경기도 용인으로 이장한 뒤 97년 당선된 예를 빗대 "이 전 총재가 대선 3수 결심을 일찌감치 굳혀온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전 총재 측 이흥주 특보는 "당초 산성리 선영은 예산읍 도심 속에서 앞뒤로 사방 도로가 나 이장이 불가피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예산군 관계자도 "산성리 선영 밑에 수맥이 있어 묘터로서 별로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의 묏자리를 잡아 준 풍수지리 연구가 박민찬씨는 "옮긴 녹문리 선영은 후손 중 군왕이 나올 수 있는 '군왕지'에 속하는 명당"이라며 "올해는 이 전 총재의 관운도 상승세를 타고 있어 대선에 출마하면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옮긴 선영이 왜 명당 자리인가.

"이곳은 선비가 책을 읽는 지형인 '선인독서형'으로 발복이 좋은 자리다. 특히 부모를 합장한 지 2년여가 된 지금이 가장 좋은 기를 받을 수 있는 시점이다."

-이 전 총재는 가톨릭 신자인데.

"풍수지리는 자연을 활용해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라 종교와는 무관하다."

?7대조 나란히 모신 선영=이 전 총재의 녹문리 선영은 박봉산(해발 270m) 8부 능선 부근에 위치해 있다. 다섯 계단에 10기의 묘가 자리 잡았다.

맨 아래에는 이 전 총재의 선친과 모친의 합장 묘가 있고, 위로는 조부모.증조부모를 포함한 7대조의 묘 9기가 있다.

서쪽을 바라보고 있는 선영은 아래로 녹문리 마을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형세지만 선영 위로 고압선이 지나간다. 이 전 총재는 이장 3개월 뒤인 지난달 초 동생인 회성씨 등 형제들과 이곳을 방문해 성묘를 했다고 한다.

이가영 기자, 예산=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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