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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해적…그 실체를 아십니까?

중앙일보

입력


왕자의 키스로 잠에서 깨어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산 공주, 깃털로 장식한 현란한 모자에 부풀린 바지를 입고 멋지게 칼을 휘두르는 해적. 동화와 연극·영화 속에서 만나는 공주와 해적은 아이들에게 환상을 주거나, 동경의 대상이 되곤 한다. 그러나 공주가 되기 위해서는 예절과 왕실의 의무를 배우고, 때론 모험을 떠날 수 있어야 한다. 해적은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과 달리 실제로는 그렇게 낭만적이거나 신사적인 사람들이 아니었다.

삼성당이 펴낸『프린세스-공주가 되는 법』과 『해적 -스패로우 선장의 모험』은 공주와 해적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깨뜨리는 책이다. 굳이 아이들의 상상력까지 현실로 끌어내릴 필요가 있을까란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논픽션과 픽션을 적절히 가미한 이야기와 독특한 책 구성이 상상의 여지를 남겨둔다.

하트 모양의 보석이 박힌 왕관 그림에 분홍색 표지의 『프린세스-공주가 되는 법』은 한눈에 ‘공주풍’이다. 맨 끝장엔 티아러(작은 왕관)도 붙어 있다. 하지만 화자인 페틀 공주(그림동화 ‘거위치기 공주’ 주인공)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허황되거나 화려하지 않다. 페틀 공주는 우선 ‘공주가 지켜야 할 에티켓’을 안내한다. 공손하라, 다정다감하라, 정중하라, 감사하라, 명예를 지켜라, 친구들에게 진실하라 등이 ‘공주다운 예절’이다. 걸을 때와 앉을 때의 행동거지, 춤추기 예절, 올바른 왕자 구별법, 요정을 만나는 법도 세세하게 일러준다.

공주라면 하루 종일 자유롭게 놀고 초콜릿도 맘껏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페틀 공주는 “하루 중 상당히 많은 시간을 백성들을 위해 보내야 한다”며 안전한 통치법을 귀띔해준다. 적을 만들지 마라, 소문을 귀담아 듣지 마라, 다양한 재주를 배워두라 등 백성을 향한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을 다스리는 조언으로 새겨들을 만하다.
수많은 적과 경쟁자를 두게 마련인 공주로서 마법을 피하는 방법도 짚어준다.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다면 덥석 약속하거나 동의하지 마라,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 앞에서 자랑하거나 으스대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말은 단지 공주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함부로 문을 열어주지 말라는 일곱 난쟁이들의 충고를 무시했던 백설공주는 ‘소중한 친구들의 충고에 귀를 기울이라’는 교훈을 남겼고, 인어의 꼬리보다 사람의 다리가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비극을 맞은 인어공주는 ‘자기 자신을 위한 주문을 쓸 때 신중하게 생각하라’는 가르침을 준다고 속삭인다.

책 속의 책으로 구성된 일곱 명의 공주 이야기와 독특한 모험을 거쳐 공주 자리를 되찾은 페틀 공주가 일관되게 전하는 메시지는 “남을 배려하고 자신의 내면을 가꾸라”는 것이다. 사치스럽고 이기적인 존재로 변질된 요즘의 ‘공주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듯하다.


『해적 -스패로우 선장의 모험』은 유럽 역사에서 하나의 문화를 이룬 해적에 관한 모든 것을 담은 책이다. 해적의 역사, 해적의 옷차림, 해적선과 해적 깃발, 배 위의 생활, 이름을 떨친 해적들, 해적의 처형 등에 관한 상세한 자료를 통해 후크(피터팬), 롱 존 실버(보물섬), 잭 스패로우(캐리비안의 해적) 선장 등과는 다른 해적의 실체를 보여준다.

책은 “해적들은 남자든 여자든 잔혹하고 탐욕스러우며 야만스러웠고 다른 사람들의 재산을 빼앗으며 살다가 칼이나 총에 맞아 짧은 생을 마감하곤 했다”고 소개한다. 무역에 바닷길이 사용되면서 자연스레 생겨나 1660~1730년대 황금시대를 보낸 해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매력적이지 않았다. 배 위의 생활도 낭만적인 것과 거리가 멀었다. 럼주에 취해 노략질을 일삼고, 살인과 폭력이 다반사였다. 질 낮은 식사, 끔찍한 생활환경으로 인해 항상 질병에 노출된 것이 바로 해적 생활이었다. 남자들만의 세계로 알려진 해적 세계엔 남자 못잖게 난폭한 여자 해적도 있었다.

적나라하게 파헤친 해적 이야기 한편으로, 미니 북으로 함께 수록된 해적 허가증, 해적이 사용하는 용어집, 해적 모집 공고, 현상수배 포스터, 보물이 숨겨진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 등은 여전히 해적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프리미엄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
자료제공=삼성당 / 02-3443-26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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