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 산업기술 발전전략 토론회-주제발표 鄭根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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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엔지니어링 산업기술 취약으로 우리가 처음 개발한 세계적 수준의 첨단과학생산품이 지금까지 상품화에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즉연구개발된 첨단과학기술을 대량생산할수 있도록 시스템화하고 종합화하는 시설설비지원과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지난 80년대초 개발해 미국의 물질특허를 얻은 아라미드섬유와 한국동력자원연구소가 개발한 티탄제련기술을 들 수 있다.한국화학연구소가 개발한 비마약성 진통제「KR-2501」과 퀴놀른계 항생제도 마찬가지다.
이같은 물질들은 엔지니어링 기술부족 때문에 우리손으로 상업화를 못해 경제적 富를 축적치 못하고 성과를 사장시키거나 선진국에 넘겨주었던 안타까운 사례로 꼽힌다.
반면 영국의 그락소社는 첨단의약품인 위궤양 치료제 라니티딘을개발,산업과 효율적으로 연계시켜 성공한 케이스.그락소는 이결과이 한개품목의 연간 경상이익만도 약14억달러로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출한 컬러TV 1천만대의 수출총액에 이르 는 이익을 올리고 있다.
한편 미국의 엘리-릴리社는 영국의 플레밍이 발견했으나 당시 영국의 엔지니어링 취약으로 상업화하지 못한 페니실린에 대해 인공합성법에 의한 대량생산기술을 도입,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한 좋은 예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엔지니어링 산업은 70년대 들어 중화학공업발전과 기술용역육성법 제정.시행으로 플랜트 분야에서 본격형성되기 시작해 기술인력.수주규모 등에서 그동안 양적으로 크게 팽창했다.연간 수주규모면에서도 지난 73년 20억원에서 최근 1조7천억원으로 급신장했다.
그러나 기술수준은 선진국 일류기업의 45~80% 수준으로 경험미숙과 규모의 영세성등 구조적 취약점을 안고있는 것이 문제다. 게다가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투자비도 선진국및 국내산업 평균치의 절반수준 이하인 0.9%에 불과한등 국제경쟁력 강화노력이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국내의 엔지니어링 산업기술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은 정부의 정책부족 외에도 기술경쟁보다 가 격경쟁에 치우치며 외국기술도입과정에서도 공장건설등 하드웨어 부문에만 주력하고 소프트 관련기술 습득에는 소홀해왔기 때문이다.
시장가격 구조면에서도 기술능력.책임및 신뢰에 대한 종합적 보상개념인 엔지니어링 서비스에 대한 대가체계 미정착으로 적정시장가격이 형성되지 않고 있는 점을 들수 있다.
국내 엔지니어링산업 발전전략은 단기적으로는 전자.정보처리기술등 첨단기술의 접목.활용을 통한 기술및 가격경쟁력을 강화시키고선진국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시장개방에 따른 국내시장잠식을 줄여야 한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핵심공정.공법기술등 원천기반기술확보.첨단기술의 접목과 활용.플랜트 패키지 개발 등을 통한 기술경쟁력강화가 요구되고 있다.이밖에 민간기업은 막강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보유한 선진국 기업과의 경쟁에 대응키 위한 대형화 .전문화.계열화 체제를 조기구축해야 한다.
이를위해 정부는 기술경쟁위주의 입찰.계약제도를 정착시켜 시장경제원리에 의한 기술혁신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것이다. 또 핵심엔지니어링 기술개발에 대한 정부재정.稅制.금융지원강화와 고급기술인력양성.공급지원등을 통해 민간기술혁신을 유인.촉진을 뒷받침해야 한다.
이같은 방안중 하나로「엔지니어링연구센터」(가칭)를 설치,엔지니어링 기술개발을 선도.지원할수 있는 체제구축이 절실이 요구되고 있다.이는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타결과 곧 있을것으로 예상되는 테크놀로지 라운드(TR)로 무한정한 자본과 기술력을 가진 선진기술의 국내시장 잠식에 대한 견제수단의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3년 제정돼 시행돼오던 기술용역육성법을 정부가 엔지니어링 기술진흥법으로 전면개정해 엔지니어링산업기술발전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로 정비한것은 그나마 매우 다행한 일이라하겠다.
〈정리=李起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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