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유학' 가이드 ④ 필리핀·중국·싱가포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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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학생들의 최종 목표는 미국내 톱10에 드는 명문대 입학 및 졸업이다. 목표에 안착하기 위해선 장기적인 로드맵을 준비해야 한다. 학생 수준을 객관적 시작으로 정확히 분석해 그때 그때 적합한 목표를 설정, 성취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앙일보 프리미엄이 전문가 조언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유학 가이드를 나라별로 싣는다.

싱가포르…
어학연수후 배정시험 통과하면 공립 입학 허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교육 위해 환경이 거의 없는 나라, 싱가포르. 택시 광고 간판에 “Low crime does not mean no crime”란 글이 유난히 눈에 띈다. 그만큼 밤 늦은 시간, 어린 학생이나 여학생이 시내를 걸어 다녀도 비교적 안전하다.
학생들이 치고 받고 싸우면 바로 퇴학을 시키고, 목소리를 높여 싸워도 폭력으로 간주해 퇴학시키는 경우도 있다.
주거지역에는 노래방이나 PC방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문만 열고 나가면 놀이 시설이 산재한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환경이다.

황순재 브래인파트너스 GET 대표는 “콘도라고 불리는 개인 APT에는 수영장, 헬스장, 노래방, 도서관, 슈퍼 등 모든 편의시설이 갖추어져 있다”며 “굳이 시내를 가지 않아도 주거단지 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어 특히 유학생들에게 안전한 나라로 인식돼 최근 인기가 치솟고 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공교육은 초등학교 졸업하면서 반드시 PSLE (Primary School Leaving Examination) 시험을 치른다. 성적 결과에 따라 중학교를 진학하는데 70%의 학생은 Express course로, 30%는 Normal course로 진학한다.
Express course는 4년제로써 JC(Junior College 한국의 고등학교 과정) 진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로 구성된다.
반면 Normal course는 5년제. 공부가 지겹거나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이 진학한다.

황 대표는 “Express든 Normal이든 중학교를 졸업하는 시점에서 'O' 레벨이란 시험을 보고 그 결과에 따라 상위 20%는 JC로, 다음 50%는 Polytechnic(중견기술인력 양성)으로, 나머지 20%는 ITE(Institution of Technical Education 전문기술인력 양성)로 진학한다”며 “일단 JC로 진학한 학생들은 90%가 'A' 레벨이란 대학입학 자격 시험을 보고 정규대학인 NUS, NTU, SMU로 진학한다”고 밝혔다.
 
공립학교 유학
싱가포르는 공립학교 유학이 가능한 나라다. 일정기간 어학연수(3~6개월) 과정을 이수한 이후 학교배정 시험을 통과하면 입학할 수 있다. 단 초등 6학년과 중등 4학년(혹은 5학년)으로의 배정은 상급학교 진학관계로 입학이 불가능하다.
유학 전문가들은 “싱가포르를 미리 경험하기 위해 방학기간 중 진행되는 스쿨링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황 대표는 “싱가포르 공립 초등학교에서는 영어로 진행되는 정규수업과 방과 후 ESL 과정을 통해 높은 수준의 영어심화 학습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중국
북경에만 국제학교 90곳 국내 복귀 학생에게 유리

영어와 중국어를 동시에
2005년 한해 중국 조기 유학생의 숫자가 6300명으로 전체 조기 유학생의 25%에 이른다. 조기 유학생의 증가율 면에서는 이미 미국을 앞지르고 있다.
급증하는 한국 유학생 유치를 위해 외국인 수용 인가를 받은 학교도 60개가 넘어섰다. 이제 영어는 기본. 중국어가 필수 외국어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중국 유학은 북미 유학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중국 현지 학교의 경우 1년에 1000만원 정도면 유학을 다녀올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학교에서 한국 학생 유치를 위해 국제반을 별도로 운영, 중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들도 유학이 가능하다.

하지만 중국 유학을 쉽게만 보는 것은 금물. 박진용 페르마에듀 해외사업본부장은 “아직도 중국은 교육환경 및 시설이 열악할 뿐 아니라 학사 관리가 엄격하고 교과 내용이 어려워 중도 탈락하는 경우도 많다”며 “명문 국제학교의 경우 문턱이 높아 충분히 준비하지 않으면 입학의 기회조차 잡을 수 없다”고 충고했다.
그는 “유학 기간, 학생 수준, 비용을 고려해 걸맞은 과정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교육시장이 일찍 개방되어 미국·영국·캐나다 등 외국의 국제학교들이 자리잡은지 오래다. 북경에만 국제학교로 인가 받은 학교가 90개에 이를 정도다. 중국 국제학교는 외국의 명문학교와 마찬가지로 원어민 교사로부터 영어로 수업을 받는다.

명문 국제학교들의 경우 아이비리그 진학자의 수가 30명을 넘어설 정도로 입학 실적도 좋다. 박 본부장은 “국제학교의 숫자가 많은 만큼 학교 선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며 “현재 북경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학교는 ISB·WAB·CIS·AISB 등”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들 명문 국제학교들은 시험에 합격해야만 입학할 수 있고, 학비도 연간 2000만원 정도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주재원 자녀들이 많이 다니는 곳은 한국계 국제학교다. 한국계 국제학교는 부모가 중국에 거주하는 경우에만 입학이 가능하다.
 
엄격한 학사관리로 유명한 현지 명문 학교
중국의 학교는 국제학교에 비해 학비가 낮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이 적다. 하지만 시설이 대부분 낙후됐고 콩나물 시루 같은 교실에서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을 받는다.
박 본부장은 “명문 학교는 학사 기준이나 성적 평가가 엄격해 중도 탈락하는 유학생들의 숫자도 적지 않다”며 “일반적으로 한국 학생들을 위해 운영되는 국제반은 한국 학생들끼리만 수업을 받고 있어 중국어 실력이 늘지 않고 프로그램 또한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밝혔다.

중국 현지 학교로의 유학은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다소 낮은 수준의 학교에서 중국어 습득에 목표를 두고 학업을 진행한 이후, 일정 수준의 중국어 실력이 쌓이면 현지 명문 학교로의 입학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중국에서 장기 유학을 통해 명문대학에 입학하려면 중국 명문 학교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필리핀
명문 사림 100% 영어 수업…북미 연계유학지 인기

새롭게 부상하는 동남아 영어시장
필리핀은 세계3대 영어 사용국이다. 이 때문에 유학생들에게 동남아 지역에서 가장 각광받는 나라이기도 하다. 우수한 교육환경과 저렴한 비용, 두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장점때문에 필리핀으로의 유학이 붐을 이루고 있다.
류성연 트랜스글로벌코리아 대표는 “유학 상담을 하다보면 생활수준과 교육수준이 비례할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때문에 필리핀을 다소 꺼리는 경우가 있다”며 이는 잘못된 일반화의 오류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양에서의 교육만이 성공적인 유학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유학을 떠나는 학생의 영어성적과 학생에게 알맞는 맞춤형 유학을 선택해 준비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영어에 대한 기초 학습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1:1 수업이 가능한 필리핀은 단기간에 영어 실력을 높이기에 적합하다. 최근 필리핀과 북미지역의 연계유학이 각광 받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생활수준과 교육수준은 별개
필리핀의 학교는 공립과 사립, 국제학교 등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필리핀은 스페인과 미국의 영향으로 전형적인 북미식 교육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와는 달리 교육에 대한 개방이 뚜렷해 외국계의 우수한 학교들이 많다.
공립학교는 초등 6년·고등 4년의 10학년제를, 일부 사립학교는 초등 7년·고등 4년제를 채택해 우리나라의 중학교 과정이 없다는게 특징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나 북미식의 12년제 교육을 10년에 마쳐야 하기 때문에 학습량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보통 아침 7시에 등교해서 오후4시가 넘어야 학교 수업이 끝난다. 류 대표는"필리핀의 교육열과 학습량을 비교해 볼 때 선진국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 학생들은 명문 사립학교나 국제학교로 진학하고 있다. 가톨릭 국가인 만큼 종교재단에서 운영하는 사립학교 대부분 우수하다. 이들 명문 사립학교들은 100%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며 한국 학생들의 숫자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미국계뿐 아니라 중국·필리핀계 등 다양한 국가의 국제학교가 우후죽순으로 설립되고 있다. 국제학교의 연간 등록금이 13000~15000달러 정도로 북미 지역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높은 편이다.

류 대표는 “향후 북미지역으로의 연계유학이나 대학입학을 원할 경우 국제학교로의 진학을 고려해 볼 일이지만 대부분 로컬 명문사립학교에서 충실한 교육을 받은 후 영어실력을 높이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설명했다.
필리핀에서 10학년을 이수한 후 북미·유럽대학으로의 진학을 희망하면, 국제수능이라 불리는 2년 과정의 IB 디플로마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된다.

프리미엄 라일찬 기자 ideae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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