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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공연장 순례] 테네리페 음악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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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을 건너 섬에 도착한 쾌속정에 달린 거대한 날개인가. 해변을 강타하는 큰 파도인가.

2003년 9월 26일, 착공 6년 7개월만에 산타크루스 테네리페 음악당이 문을 열었다. 스페인 발렌시아 태생의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1951∼)의 작품이다. 거북이처럼 생긴 원추형 건물의 지붕을 흰색 콘크리트로 덮은 반원형 장식물은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난초꽃, 깃털 달린 투구, 눈썹, 파도, 조개, 야자수잎, 초승달, 거북이 등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남국의 해변 풍광과 잘 어울린다.

하지만 정작 건축가 자신은 스페인에서 가장 높은 산인 테네리페 타이디 산이 화산으로 폭발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는 화산이 폭발하는 산꼭대기로 들어가서 쥘 베른의 공상소설에 나오는‘지구 중심으로의 여행’을 해보고 싶었다. 그는 테네리페 음악당을 ‘누구라도 들어갈 수 있는 화산’이라고 말했다. 테네리페 해변에 부딪히는 파도에서도 힌트를 얻었다고도 했다.

글로벌 도시를 꿈꾸는 거대한 날개

아프리카 대륙의 북서쪽 해안에서 위치한 테네리페 섬에 들어선 테네리페 음악당은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나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처럼 해변에 들어선 문화 랜드마크다. 도시와 바다, 인간과 자연, 문화와 문화가 만나는 곳이다. 세계를 향해 먼 비상(飛翔)을 준비하는 문화의 발신 기지다. 거대한 날개는 광장과 그 너머 바다를 응시하고 있다.

테네리페는 스페인 최고의 휴양지인 카나리아제도 7개 섬 중 가장 크다. 인구 25만명의 산타크루스(Santa Cruz)는 카나리아 제도에서는 물론이고 테네리페에서 가장 큰 도시다.

산타크루스에서는 1970년대 초부터 오페라 하우스 건립 필요성이 대두돼왔다. 처음엔 문닫은 투우경기장에 지붕을 씌워 콘서트홀로 개조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옛 시민병원 자리엔 ‘인간과 자연 박물관’이 들어섰다. 결국 테네리페 지방 의회는 해변 공원과 산타크루스 항구 사이의 로스 라노스 해변에 새 공연장 부지를 정했다.

처음엔 단순히 콘서트홀 하나만 지으려고 했었다. 나중엔 오페라 공연도 가능하도록 했다. 카나리아 제도 테레리페의 수도 산타 크루스 시를 위한 다목적 건물로 지으면서 랜드마크로 만들려고 했다.

칼라트라바는 밀워키 미술관, 바르셀로나 몬주익 송신탑, 발렌시아‘과학예술도시’, 리옹과 빌바오 공항에 이어 애틀랜타 심포니센터를 설계했다.

높이 60mㆍ너비 98m의 캔틸레버(내다지 들보)식 아치 지붕은 세비야에서 17개의 콘크리트 조각으로 미리 만들어 배로 실어와서 특수 제작한 크레인으로 올렸다. 가장 무거운 것은 60t짜리도 있었다. 대형 교량 공사에서 사용하는 공법이다. 건물 외벽엔 흰색 콘크리트 위에 화강암ㆍ현무암으로 된 세라믹 조각을 붙였다. 1800㎡의 세라믹 조각(trencadis)를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실어왔다. 공사에는 2000t의 콘크리트가 소요됐다.

테네리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상주 무대

개관 기념공연 때는 스페인 소피아 왕비와 펠리페 황태자가 참석한 가운데 지휘자 빅토르 파블로 페레스가 이끄는 테데리페 심포니와 피아니스트 미하일 플레트노프 등이 브루크너의‘테데움’, 베토벤의‘황제 협주곡’, 펜데레츠키의‘로열 팡파르’를 연주했다. 개관 이튿날 현지 언론은 ‘테네리페는 글로벌화의 선두에 나섰다’라고 대서 특필했다.

테네리페 심포니가 상주하고 있는 심포니홀(1668석)은 오페라ㆍ무용 공연은 물론 국제회의 장소로도도 사용된다. 다목적홀인 만큼 천장의 사각형 격자 뒤에 숨어 있는 흡음 장치로 잔향 시간을 조절한다. 내부 벽면은 섬유유리를 씌운 압축 목재로 마감했다. 에어컨 시설은 객석 의자 아래쪽에 설치해 에너지 효율도 높이고 소음도 줄이는 일석이조의 표과를 거두고 있다. 심포니홀은 실내악홀(410석)과 로비를 함께 사용한다.

테네리페 음악당 근처의 해변에는 국제컨벤션센터가 있고 조만간 런던 현대미술관‘데이트 모던’으로 유명한 자크 헤르초그-피에르 드 뮈롱 콤비가 설계한 해변 산책로와 함께 현대미술관, 식물원이 들어서게 된다.

◆공식 명칭: Auditorio de Tenerife

◆ 객석수: 심포니홀 1668석, 실내악홀 428석

◆개관: 2003년 9월 26일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 Santiago Calatrava(스페인)

◆총공사비: 9000만 달러(약 810억원)

◆홈페이지: www.auditoriodetenerife.com

◆상주단체: 테네리페 심포니 오케스트라Orquesta Sinfonica de Tenerife), 카나리아 국제
음악제

◆음향 컨설팅: 알폰소 가르시아 Alfonso Garcia, 뮬러 BBM

◆초연: 펜데레츠키‘로열 팡파르’(2003년)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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