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전거 전용로 6배 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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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자전거 전용도로와 산책용 도로가 구분되지 않은 한강변의 도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과 산책 또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이 엉켜 사고가 날 위험이 있다(左). 자전거 전용도로(左)와 산책용 도로를 분리해 깔끔하게 정비한 한강변 모습. 두 도로가 구분돼 이용자들끼리 엉켜 사고가 날 위험을 줄였다(右).

서울 여의도에 사는 김모(40·회사원)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가족들과 한강 둔치를 산책한다. 하지만 그는 한강변을 거닐 때마다 자전거와 부딪치지 않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곤 한다. 산책로가 한강변에 마련돼 있지만 대부분 산책용 도로와 자전거용 도로가 구분되지 않아 산책하는 사람과 자전거 타는 사람이 뒤섞여 사고 위험이 크다. 하지만 앞으로 김씨는 좀 더 편안하게 한강변을 산책할 수 있게 된다. 서울시가 한강변과 잠실·양천 지역 등에 인도와 구분해 자전거만 다닐 수 있는 전용도로를 2010년까지 360㎞까지 늘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에는 648㎞의 자전거 도로가 있지만 이 중 593㎞ 구간은 자전거와 사람이 함께 다니는 길이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자전거만 다니는 전용도로를 현재 55㎞에서 2010년까지 360㎞로 늘리기로 하고 총 688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새로운 자전거 전용도로는 우선 한강과 지천의 가장자리(183㎞)에 만든다.

 사무실이나 주택이 모여 있는 곳에도 122㎞를 신설한다. 그러나 테헤란로·올림픽로·남부순환로 같은 길의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시가지의 자전거 길은 드문드문 끊어진다. 때문에 시민들이 한강변에서 자전거를 타고 즐기기는 좋아지지만 출퇴근 같은 일상생활에서 자전거를 활용하기엔 여전히 불편이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강을 따라 자전거 도로 정비=한강의 남북을 합쳐 102㎞의 구간에서 자전거 전용도로가 정비된다. 현재 한강변의 자전거 전용도로는 6.5㎞에 불과하지만 95.5㎞가 새로 생기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을 따라 달리는 것이 매우 편해진다. 한강의 지천에도 자전거 전용도로가 잇따라 생긴다. 기존의 중랑천(21.8㎞)·안양천(23.6㎞)·탄천(9㎞)의 자전거 도로는 내년까지 사람이 걸어 다니는 산책로와 분리된다.

 ◆출퇴근 자전거 이용은 여전히 불편=서울시는 2010년까지 218억원을 들여 잠실권역(26.3㎞), 양천권역(31.3㎞), 중계·상계권역(18.1㎞) 등 6개 지역에 자전거 전용도로 122㎞를 설치한다. 기존의 인도나 차도를 좁혀서 생긴 길을 자전거만 다니는 도로로 꾸미겠다는 것이다.

 서울시 김준기 교통운영과장은 “자전거 도로의 질서유지를 위해 전용도로와 보행로 중간에 차단벽을 설치하거나 안내표지를 확대하는 방법으로 ‘자전거 전용도로’를 관리해 시민들이 출퇴근 시간대에도 활용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실효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한다. 자전거로 다닐 수 있는 구간이 끊어져 있는 데다 보행자나 오토바이 등이 자전거 전용 도로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자전거 공공 임대도 잘 될까=서울시는 프랑스 파리에서 도입한 공공 임대 자전거(벨리브)를 도입하기 위해 내년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한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서울 시내 5102곳에 8만2400대의 자전거 대여소를 만들어 필요한 시민들에게 자전거를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여용 자전거의 분실방지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성시윤·이수기 기자

◆벨리브(Velib)=프랑스 파리에서 올 7월에 도입한 공공 임대 자전거 서비스. 프랑스어로 자전거를 뜻하는 ‘벨로’와 자유를 뜻하는 ‘리베르테’를 합친 말이다. 시민들이 무인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탄 뒤 목적지 인근에 있는 대여소에 반납하는 방식으로 이용한다. 30분 미만은 무료이고, 30분 이상은 이용시간에 따라 1~4유로(1유로는 약 1300원)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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