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 회장도 사임 … 월가 거물들 수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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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 모기지(신용이 낮은 사람에게 높은 금리로 빌려 주는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미국 월가의 거물들이 줄줄이 낙마하고 있다.

 미국 최대 은행인 씨티그룹의 찰스 프린스(사진) 회장은 이번 사태로 인한 손실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월가 투자은행 최초의 흑인 최고경영자(CEO) 스탠리 오닐 메릴린치 회장이 같은 이유로 사임을 발표했다.

 프린스 회장의 사퇴 이유는 서브프라임 부문 사업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다. 그는 당초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이사회 의장인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과 최대 주주인 알 왈리드 빈 탈라이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의 공개 지지 덕분에 유임되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3분기 이익이 지난해보다 57%나 급감한 데다 올 들어 31% 떨어진 주가가 지난주에만 9%가량 빠지면서 또다시 사퇴 압력에 봉착했다. 결국 그는 불명예 해고에 앞서 스스로 물러난 것이다.

 미 투자은행들은 90년대 이래 계속된 주택경기 활황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수요가 급증하자 관련 증권 및 파생상품에 집중 투자, 큰 재미를 봤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모기지 금리가 오르고 공급과잉으로 주택시장이 침체되면서 제때 돈을 갚지 못하는 연체자들이 대규모로 발생, 큰 손해를 보게 됐다.

 오닐에 이어 프린스 회장까지 물러나자 서브프라임 유탄을 맞을 다음 거물 희생자는 누가 될지 월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로는 또 다른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의 제임스 케인 CEO와 AIG의 수뇌부가 거론되고 있다. 케인은 서브프라임 파문이 확산되던 올 7월 카드게임과 골프를 위해 수시로 사무실을 비웠던 게 WSJ에 의해 폭로되면서 위기에 몰려 있다. AIG는 최근 서브프라임 관련 증권에 투자했다가 100억 달러 안팎을 잃었다고 보도되면서 희생양이 나올 것으로 점쳐지는 경우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찰스 프린스=미장공의 아들로 태어나 변호사로 출발한 그는 79년 씨티그룹의 전신인 커머셜 크레딧에 입사했다. 그 후 그는 계속 이 회사 신용카드 부문을 거치면서 최고운영책임자(COO), 기업부문 금융책임자에 이어 2003년 회장에 임명된 정통 씨티그룹 맨이다. 회장 취임 후 해외사업에 전력을 쏟아 상당한 성과를 거두긴 했으나 북미시장에 상대적으로 소홀, 경쟁자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 (BOA) 및 JP 모건 체이스 은행에 밀린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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