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같은 가짜 방송소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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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보다 진짜같은 효과를 내기위해 가짜를 사용한다.」 역설적으로 들리는 이 명제는 TV 드라마나 CF등에 등장하는 소품.세트의 경우 곧잘 들어맞는다.
피를 흘리는 장면의 촬영을 위해 빨간색 잉크를 사용하는 것은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진짜 혈액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혈액을 카메라로 잡으면 제 색깔이 나지않기 때문에 보다 진짜 피같은 효과가 나는 특수잉크를 사용한다.
이는 콜라나 오렌지주스 CF에서도 마찬가지다.
유리병을 손으로 내리쳐 깨뜨리는 장면 연출에 쓰이는 유리병은설탕을 녹여 특수하게 제작한 것이다.
소주병.맥주병등 각기 다른 색깔을 내기위해 설탕에 송진.레진.산토라이트등 다양한 원료들이 혼합된다.
드라이아이스는 끓는 물이나 온천에서 김이 나거나 안개등의 효과를 내기위해 20여년전부터 애용되고 있는 소재다.
KBS대하드라마 『삼국기』촬영때 냇물에 드라이아이스 40상자를 풀어넣고 부글거리며 흰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야외온천 목욕 장면을 무사히 찍었으나 영하 79도의 드라이아이스 때문에 수십마리의 물고기가 떠올라 때아닌 매운탕 파티가 벌어진 일도 있다. 배우가 자동차를 운전하며 대화를 나누거나 딴짓을 하는 경우를 드라마등에서 흔히 볼수 있는데 이때도 사고의 위험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동방향에 맞춰 카메라와 오디오기기가 설치된 대형트레일러에 출연자가 탑승한 차량을 적재하고 7~8명의 스태프가 동승해 촬영하면 그만이다.
술을 마시는 장면에서 소주는 물로,양주는 보리차로,막걸리는 우유로,포도주는 주스로 대체하면 그만이지만 거품이 있는 맥주는할수없이 맥주를 그냥 사용한다.
따라서 술이 약한 출연자의 경우 NG를 수차례 내고 맥주를 여러잔 마시는 바람에 취해버려 그날 촬영을 포기해야하는 경우도있다. 이밖에 폐허의 거미줄은 명주실을 뽑아 사용하고 낡은 古書는 책에 커피칠을 해 만든다.
또 농가 마당의 흙은 먹물을 입힌 톱밥,장독위에 쌓인 눈은 굵은 소금,유리창에 낀 성에는 스프레이 풀을 유리창에 뿌려 효과를 낸다.
〈李勳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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