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만들기 손잡은 노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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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발표한 노사정 관계자들이 8일 합의문 발표 후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장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 조남홍 경총 부회장, 김원배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 김성태 한국노총 상임위원, 박길상 노동부 차관, 최영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위원. [임현동 기자]

노사정위원회가 고심 끝에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밑그림을 8일 내놓았다.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을 추진한 지 40여일 만이다. 지난해 4월 이후 논란을 거듭해 온 '노사 관계 로드맵(선진화 방안)'이 여전히 답보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큰 진전이라 할 만하다. 이는 무엇보다 고용창출 없는 경제성장이 예고되는 등 실업 문제가 그만큼 절박한 과제로 떠올랐다는 방증이다.

어쨌든 산업 현장에서 이번 협약을 제대로 지키기만 하면 올해 노사 및 고용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경영계도 전반적으로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한국노총과 함께 노동계의 양대 축인 민주노총의 반발이 예상되는 데다 만성적인 노사분규를 겪어 온 일부 대기업 노사가 동참할지도 미지수다. 자칫하면 구두선에 그칠 것이란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

◇협상과정.주요 내용=노사정이 합의한 사회협약은 55개 항의 폭 넓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핵심은 '임금안정과 고용안정에 대한 노사 간 약속'이다. 특히 이번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임금과 관련된 내용은 노사가 문구 한 자 한 자를 놓고 끝까지 줄다리기를 할 정도로 민감한 부분이었다.

노동조합의 존립 이유가 노동자의 임금.근로조건을 향상시키는 것이란 점을 감안할 때 노동계의 이번 임금안정 약속은 자칫 이를 포기하는 것으로 확대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임금안정과 관련, 협약에는 '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높은 부문에 대해서 향후 2년간 임금안정에 협력한다'라고 돼 있다. 여기서 '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높은 부문'이란 종업원 3백명 이상 대기업 가운데 임금이 높은 기업을 뜻한다.

경영계가 노동계에 약속한 '고용안정'과 관련된 협약 내용은 '인위적인 고용조정을 최대한 자제한다'는 말로 요약된다.

고용조정이 불가피할 경우 노조와의 성실한 협의를 통해 인원을 최소화하고 추후 인력을 채용할 때 우선적으로 재고용하도록 노력한다는 데 노사는 의견을 모았다.

◇문제점.전망=민주노총이 사회협약의 일부 내용에 반대하고 있는 데다 경영계 일각에서도 경총의 대표성에 대해 회의를 표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산업현장에서 협약의 내용을 제대로 준수할지 의문이다. 걸림돌이 많다는 얘기다.

게다가 협의내용 중 상당 부분이 추상적이고 모호해 구속력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예컨대 이번 협약의 가장 큰 성과로 평가되는 노동계의 '임금억제 협력'약속도 억제 수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김원배 노사정위 상임위원은 "과도한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생산성의 향상 정도와 물가인상의 범위 내에서 임금 인상률을 정한다는 뜻"이라며 "구체적인 억제 수준을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실토했다. 노사정 협약이 산업현장의 노사 협상에서 갈등만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만들고 있는 세부 시행 방안도 지금까지 발표한 실업대책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데 그칠 것이란 시각도 있다. 또 노동계 일각에서는 정부.여당과 일부 노동계가 총선을 앞두고 선거용으로 급조했다고 비판한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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