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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성장명암>上.홍콩 뺨치는 광주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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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홍콩을 끼고 있는 中國의 廣東省은 시장경제를 향한 개혁.개방노선이 맨처음 뿌리를 내린 곳이다.廣東省은 중국혁명의 아버지로일컬어지는 쑨원(孫文)의 출생지.지금은 대외개방도시만 해도 深수.珠海등 16개를 가진 중국경제의 기관차 역할 을 하는 지역으로 발돋움했다.그러나 廣東省은 또한 도시의 비약적인 경제발전뒤에 12억인구가운데 3분의 2를 차지하는 농촌의 낙후된 모습을 가장 극명하게 찾아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중국대륙의 심장부 廣東省을 찾아 날로 벌어지는 都 -農간 격차를 조명한다.
[편집자註] 중국 廣東省 省都 廣州市의 오후 5시반.
공항에서 시내중심부로 통하는 白雲路는 퇴근길 차량행렬이 섭씨35도의 더위를 더욱 짜증나게 한다.
평상시 같으면 15분이면 족하다는 시내까지의 15㎞거리가 무려 1시간30분이 걸릴만큼 교통체증은 심각하다.
특히 도로를 요리조리 헤집고 다니는 오토바이들의 곡예는 중국의 어느 도시에서도 찾아볼수 없는 독특한 풍경이다.
廣州에는 중국의 다른 도시보다 오토바이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시민들이 많다.
지난해말 인구 4백만명(공식통계)의 廣州市에 25만여대의 오토바이가 보급돼 대략 10명중 1명은 오토바이로 출퇴근을 한다는 계산이다.교통수단이 자전거에서 오토바이로 바뀌고 있음을 말해준다. 『국산 오토바이는 1만元(1백만원)선이고 외제는 2만~3만元(2백만~3백만원)이니 별로 큰 돈은 아니지요.작년말부터 市당국에서 오토바이사고와 교통체증이 심각해졌다는 이유로 신규등록을 금지해 지금은 살 수가 없어요.』 한달에 평균 2천~3천元(20만~30만원)의 수입을 올린다는 택시기사는 제멋대로인 오토바이 때문에 운전을 제대로 할수 없다고 불평이다.
상가와 오피스빌딩들이 즐비한 시내중심부로 들어서자 거리에서 핸드폰을 들고 소리를 질러대는 비즈니스맨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고 호텔주차장에는 캐딜락.벤츠.도요타.로열크라운.렉서스등 최신형 고급승용차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홍콩에 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게한다.
廣州市에서 제일 큰 新大新백화점은 발디딜 틈이 없을만큼 북적댄다. 전기밥솥.냉장고등의 가전제품코너는 물론이고 1세트에 5만元(5백만원)가격이 붙어있는 오디오코너에도 적지않은 고객들이몰려있다.의류코너중 피에르카르댕.이브생로랑.베네통등 세계 유명브랜드코너에는 여성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중국정부가 발표한 지난해 도시지역 1인당 국민소득 2천3백37元(23만원)으로는 도저히 상상키 어려운 일이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해답은 간단하다.
廣州市의 지난해 1인당 평균소득은 1천6백50달러(1만3천2백元)로 도시지역 평균치를 5배나 뛰어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농촌은 어느 정도인가.
廣州에서 3백㎞ 떨어진 五華縣의 조그마한 마을에 도착한 것은오후5시.
廣州에서 가는 길이 거의 비포장인데다 도중에 두번이나 타이어펑크가 났고 점심무렵엔 버스기사가 식사를 위해 30여분간 쉬는바람에 10시간이상 버스와 씨름해야 했다.
마을에서 비교적 잘 사는 집을 찾았다.집가운데 거실과 식당을겸한 공간이 있고 양쪽으로 세칸의 방이 나란히 붙어있다.
가전제품이라곤 선풍기와 88년에 산 14인치 흑백TV가 전부다. 외지인을 접할 기회가 없는 농촌에 외국인이 왔다는 소문이퍼지자 저녁무렵 30명이 넘는 동네 사람들이 몰려왔다.
어린애들은 한결같이 맨발이다.
올해 45세인 집주인은 진귀한 손님을 맞았다며 집에 기르는 닭을 한마리 잡고 동네 양어장에서 1㎏에 12元하는 민물생선 한마리와 뜰에서 기르는 채소를 기름에 볶아 밥과 함께 내놓았다. 특이한 것은 우리의 동동주와 색깔이 비슷한 누어미酒(찹쌀술)를 남녀노소 불문하고 물처럼 마셨다.뒤에 안 일이지만 이 정도면 중국인들이 가장 성대하게 지내는 春節(구정)때나 먹는 진수성찬이라는 것이다.
돼지 한마리를 반년간 정성들여 키워야 5백元 수입.
1인당 0.04㏊(4백평방m)의 논을 국가에서 분배하지만 2명한도의 가족계획을 어길 경우 세번째부터는 토지분배가 없어 8명의 가족이 0.3㏊(3천평방m)의 논을 경작하고 있다.
2모작으로 1년에 2천㎏의 쌀을 수확,2백㎏은 국가에 바치고일부는 1㎏당 2元에 팔아 살림살이에 보탠다는 것이다.
家用을 빼고 모두 팔아봐야 기껏 1천여元이다.
여기에다 深수에서 공장일을 하고 있는 큰아들과 셋째딸이 해마다 1천여元을 보태준다.
『국민학교 학비가 학기당 2백~3백元이고 중학생은 4백元이니학비대기에 급급해 우리 마을에서 국민학교를 중퇴한 어린이들이 20여명은 되지요.』 유일한 樂이 저녁에 TV보는 일이고 病이라도 나면 가까운 鎭(읍소재지)까지 가야 하지만 입원비가 하루에 40元이어서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했다.
지난해 五華縣의 1인당 소득은 1천3백70元으로 중국전체 농민평균(9백21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廣州와 비교하면 10배가량 뒤떨어져 최소한 10년이상의 격차가 나고 있다.같은 省내에서 都農간 격차가 이 정도인데낙후된 貴州.甘肅省등 내륙지방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廣州=文日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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