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걸작 中.단편 주제별 출판 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외국의 걸작 과학소설(SF) 중.단편을 주제별로 묶어 소개하는 작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올여름만 해도 여성 SF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여성문제를 조명한 『세계 여성소설 걸작선』(전2권), 심령미스터리를 주제로 한 중.단편집 『사이키』에 이어 과학과 휴머니즘의 문제를 다룬단편들을 모은 『세계 휴먼SF 걸작선』이 잇따라 서점에 나왔다. 이같은 움직임은 특히 국내 20代 과학소설 매니어들에 의해진행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세계 여성소설 걸작선』은 과학소설 동호회 「멋진 신세계」의 번역모임이 작품을 선정,번역했으며『사이키』와 『세계 휴먼SF 걸작선』은 SF계의 젊은 일꾼으로꼽히는 朴相俊(27).洪仁基(28)씨가 각각 기획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기존의 SF출판이 지명도 높은 작가나 우주활극등 오락성위주로 무분별하게 이루어져왔음에 유감을 표명한다.
그러다보니 SF가 마치 황당무계한 이야기만을 다루는 것으로 오해돼 왔다는 것이다.따라서 과학.흥미.철학을 겸비 한 秀作들을소개함으로써 SF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겠다는 포부다.
이들 걸작선에 수록된 작품들은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하지만 SF계의 대표적인 문학상인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받은 작가들의 대표적 중.단편들이어서 SF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데 기여하고 있다.가장 최근에 출판된 『세계 휴먼 SF 걸 작선』은 우주과학시대에 사는 인간들의 고독.좌절등 미래사회를 무대로 인간존재에 의문을 던진 작품들이 초창기 작가에서부터 현대작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다.
미국 「사이버펑크」의 대표적 작가 브루스 스털링의『스파이더 로즈』는 유전공학을 신봉하는 셰이퍼집단과 인공장기를 통한 자동기계의 길을 가고 있는 메커니스트집단을 등장시켜 우주시대의 인간소외문제를 진지하게 제기한 역작이다.
또 은하치과대학에 지원한 지구인의 경험을 담은 파이너즈 앤서니의 『은하치과대학』,SF성장소설인 에드거 팽본의 『황금나팔』,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자 필립 딕의 『사기꾼 로봇』등과 여성작가 어슐러 르 귄의 73년도 휴고상 수상 단편인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등 SF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들의 작품 13편이 수록됐다.한편 심령을 주제로한 미스터리SF집 『사이키』는 흡혈귀이야기의 모태를 이룬 작품이며 중세를 무대로 한 고딕소설인 셰리단 르 파누의 중편 『카밀라』가 소개돼눈길을 끈다.
이제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과학소설들도 우주활극의 수준을 벗어나「인간은 미래에도 상실감.고독.부조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라는 진지한 의문을 던지는 쪽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李 湳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