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츠이사람>수상스키-정세영 현대그룹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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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바쁜 사람이 빠른 스포츠를 즐긴다.
한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중 한 명인 현대그룹 鄭世永회장(66)의 수상스키 사랑은 익히 알려져 있다.그룹 총수답게 골프실력도 수준급이지만 鄭회장은 휴일 오전 공식적 골프모임을 끝낸 다음엔 자신만의 즐거움을 위해 청평등으로 직행하는 일이 잦다.수상스키야말로 鄭회장의 진짜 취미인 셈이다.
鄭회장은 25년째 수면에 물보라를 피워온 베테랑 수상스키어다.지난 69년(현대자동차 사장시절)국산 1호 자동차인 포니 프로젝트 추진차 영국에 출장갔다가 수상스키를 처음 타봤고 수상스키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鄭회장의 수상스키 실력은 보통수준을 훨씬 넘는다.국가대표급들에 따르면 「베테랑 아마추어」지만 일반 동호인들의 눈으로 봐선「프로급」이란 평.
수상 활주시 모터보트와 스키어 사이의 로프 길이는 스키어의 실력에 반비례해 짧아진다.초보자들이 입문시 사용하는 로프는 23~27m짜리.이에 비해 鄭회장은 국제 슬라롬 경기 규격인 18.25m정도로 로프를 바짝 잡고 모터보트 속력을 거 의 최대인 시속 55㎞까지 한껏 올려 스피드를 즐긴다.
鄭회장은 매니어이자 한국수상스키의 「제1세대」동호인답게 지난79년 대한수상스키협회를 창립(초대 회장)했으며 지난 4월 회장으로 재취임,협회를 이끌고 있다.
협회의 蔡哲(52).李炳善(58)이사 등이 그의 수상스키 파트너.그룹 회장에 취임(89년)하기 전엔 이들 고참 스키어들과함께 거의 매주 청평.양수리 등을 찾아 특유의 도전적이고 과감한 고난도 수상스키를 즐겼다.
고속질주중 점프를 시도하다 착수 잘못으로 허리를 다쳐 국립의료원에 입원(81년)했다든지 슬라롬 연습도중 파도에 맞아 고막이 파열되었음에도 솜으로 귀를 막고 금방 다시 도전에 나선 일(80년)등 「전성기」때 일화도 많다.
최근엔 업무 관계로 수상스키를 신는 일이 뜸해졌지만 장거리 질주에 관한 한 鄭회장의 솜씨는 정평이 나있다.20~30분씩 로프에 매달리긴 보통이며 최근엔 58분이나 쉬지 않고 물위를 달려 주위에서 혀를 내두르기도.
『수상스키는 전신운동이면서 척추와 하체근육 강화에 특히 효과가 있습니다.하지만 제 경우 수상스키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시원하다는 데 있습니다.몸과 마음이 다 후련해지지요.』 수상스키는사실 격렬한 운동이다.鄭회장이 업무 처리에 있어 온건하고 합리적이란 소리를 듣는 이면에는 일상의 짜증과 매듭을 「시원하고 후련하게」풀어버리는 수상스키의 격렬함 덕도 있을 것이다.
〈林容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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