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세련돼가는 중국 정상외교-북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中國의 頂上외교에도 西歐化바람이 불고 있다.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의 외국나들이에「第一夫人」(퍼스트 레이디)이 이례적으로 동행하는가 하면 경제인들이 江주석의 전용기에대거 동승하는등 서구식 외교스타일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지난 2일부터 10일간 러시아.우크라이나.프랑스등 3개국을 공식방문하고 있는 江주석은 黨총서기(89년)와 국가주석(93년)에 오른 이후 처음으로 부인인 왕야핑(王冶坪.55)을 동반하고 외국방문 길에 나서고 있다.
지난 89년 6.4天安門사태 이후 黨총서기에 오른 江주석은 지난 90년 北韓,91년 蘇聯을 돌았으며 국가주석 취임이후 亞太경제협력(APEC)정상회담을 위해 美 시애틀과 브라질.쿠바.
포르투갈을 순방했으나 부인을 동반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때문에 중국 언론이 이번 외국방문에 앞서 王여사의 프로필을 보도하기 전까지 중국인들도「第一夫人」이 어떤 사람인지 그 신상내역을 알지 못했으며 최근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송행사 사진을보고서야 처음으로 얼굴과 이름을 접한 것이다.
지난 63년 류사오지(劉少奇)국가주석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하면서 부인 왕광메이(王光美)여사를,79년 부총리이던 덩샤오핑(鄧小平)이 지미 카터美대통령과 회담을 위해 訪美때 부인 주린(卓林)여사를 동반했지만 이후 리셴녠(李先念).양상쿤 (楊尙昆)前국가주석은 외국방문길에 부인을 동반한 사례가 없다.
그러나 중국의 정상외교 패턴에 있어 더욱 주목할만한 변화는 올들어 경제인들을 대거 수행시키고 있는 점이다.
지난 5월 중앙아시아를 방문한 리펑(李鵬)총리는 공식수행원외에 국내 기업인들로 구성된「중국기업가대표단」을 처음으로 대동했고 7월 독일.오스트리아.루마니아 방문시에도 기업인들을 전용기에 동승시켰다.
시장경제 도입에 나선 중국지도부는 세계각국이 생존을 위한 치열한「총성없는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는 현실에서 더 이상 정치.안보.이념위주의 외교에만 매달릴수 없다는 인식 변화와 함께 美.日.유럽등 선진국들의 고위급 인사들이 訪中하는 과정에서 외교의 최우선 목표를「경제적 이익」에 두는 것을 곧바로 따라배운셈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