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停戰委 대표소환과 中北관계-한반도평화체제 전환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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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최근 중국은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에서 대표를 소환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중국측의 소환결정은「철수」가 아니라 「단순한 소환」으로 그 의미를 축소하는 중국측 해석과는 달리 실질적으로「철수」의 효과를 지닌다.
한반도의 전쟁 발발과 같은 긴급한 사태 발전이 발생하지 않는한 중국 대표단의 복귀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중국의 조치는 북한의 요구에 대한 단순한 대응이라기보다는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기본정책과 긴밀히 연계되어 이뤄졌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이번 중국의 조치는 한반도에서의 전쟁 발발가능성의 감소,휴전상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역사적 조건 성숙및 정전위의 역사적 사명종식(유명무실)등 중국의 기본 인식 위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궁극적 목적은 한반도의 휴전 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려는 정책의 일환이라고 보인다.
즉 중국은 정전위 대표를 철수시켜 정전체제를 더욱 불안하게 만듦으로써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과의 평화협정 체결에 적극성을 띠도록 하려는 정략적 의도가 작용했다고 판단된다.
특히 이번 조치의 타이밍결정은 金日成사후 金正日 후계체제 공고화에 대한 중국의 기본 이익과 이를 관철하기 위한 정치적 판단과도 긴밀한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지금 중국이 추구하고 있는 對한반도정책의 기조는 북한 사회주의 체제의 유지.발전을 전제로 한 현상유지정책,즉 한반도 통일도 북한체제의 붕괴에 의한 혼란도 원치 않는「不統不亂」에 있다.따라서 중국의 對한반도정책의 우선 순위도 북한체 제,특히 김정일 후계체제 붕괴의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북한의 극단적 고립 상태를 개선해가는것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중국이 분석하는 한반도 정세는 4强의 對한반도정책과 남북한 관계변화,中.러의 對남한관계와 美.日의 對북한관계에서 이중적 불균형 구조를 띠고 있고 이러한 구조적 특징이 북한 고립화의 기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한반도 상황의 불균형구조 개선과 북한의 고립 탈피를 위해서는 北-美관계의 개선이나 정상화가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중국의 정전위대표 소환조치도 김정일 체제에 대한 중국의 지지입장을 더욱 분명히 함으로써 김정일 후계체제 구축이나 공고화에기여함은 물론 미국과의 협상과정에서 북한에 유리한 입지를 마련하려는데서 기본 의도를 발견할 수 있다.
이번 중국의 조치는 보다 장기적 시각에서 볼 때 중국의 지도체제가 한국전쟁과 관련된 정치적 유산에서 탈피하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해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한반도에서 휴전상태의 지속은 한국전쟁과 관련된 毛澤東의 정치유 산으로부터의근본적 탈피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왔고 이것은 결과적으로 혈맹과 이념적 연대로 점철되어온 북한과의 특수한 관계를 재정립하는데 중요한 걸림돌이 되어왔다.
특히 이러한 對북한 관계의 특수성은 동북아시아에 있어서 중국의 행동반경을 제약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해왔다.따라서 脫이데올로기化와 경제적 합리주의의 경향이 더욱 강화되어가고 있는 중국지도체제의 성격에서 볼때 북한과의 기존의 특수 관계는 그 조정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특히 휴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의 전환은 중국이 한국전쟁과 관련된 정치적 유산에서 벗어나 북한과의 특수한 관계에서 초래되는 외교적 제약에서 벗어나는 가장 중요한 조치가 될 것이다.정전위대표를 소환한 중국 조치의 근저에도 바로 이러한 중국의 기본 의지가 중요하게 작용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중국의 이번 조치는 북한의 요구에 의한 단순한대응 결과가 아니라 중국의 기본적 국가전략의 일환으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 역시 전략적인 것이 되어야한다.특히 북한 핵문제나 평화협정 체결 등 현 안문제를 처리해감에 있어서 중국을 북한과 격리된 객체로 단순 취급하는 愚를 범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毛澤東체제와의 단절과정이 완성되지 않은 江澤民체제하의 중국은스탈린 체제와의 단절과정이 이미 완성된 옐친 체제하의 러시아와는 분명히 구별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아울러 김일성 사후 김정일 후계체제의 구축과정에 있어서 中-북한관계가 정치.안보적 차원에서 더욱 밀착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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