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권력승계 확실판단-정부 對北 유화정책 왜 나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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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가 北-美 실무전문가회의가 끝나는 시점을 계기로 북한과의대화분위기 조성 노력을 본격화하기로 한 것은 北韓 金正日의 당비서및 국가주석직 취임이 내달16일께로 확실시됨에 따른 수순이다. 金正日의 권력승계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金日成 사후 극도로 경색된 분위기를 풀어나가야 할 당위성이 다시 생겼기 때문이다. 정부는 북한과 대화를 통해 핵문제를 포함한 남북한관계 개선을 추구한다는 입장을 지난해 3월 신정부 출범 이래 대원칙으로 견지해왔다.
다만 이같은 정부 입장은 북한이 한국과 직접적인 대화의지를 전혀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했다.
지난 6월 지미 카터 前美대통령이 남북한을 왕래하며 남북한 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은 이같은 상황에 극적인 전환의 계기가 됐다.
그러나 갑작스런 金日成 사망으로 정상회담이 무산되고 북한의 안정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이 빚어지면서 국내에서는 金日成 조문파동이 우발적으로 빚어졌고 북한은 이를 빌미로 남북한 관계를 극도로 경색시켰다.
북한의 이같은 태도는 조문파동을 빌미로 삼고 있기는 하지만 내막적으론 金日成 사후 체제안정을 찾기까지 시간을 벌려는 의도가 작용했다.
그때문에 정부는 金正日의 권력승계가 확정되는 시점을 촉각을 세우고 추적해왔다.
상당수 관측통들은 北韓 정권수립일인 지난 9일을 金正日의 공식적인 권력승계일로 점쳤으나 이달초까지 북한에 아무런 움직임이없는 것이 확인됨으로써 정부는 金正日의 권력승계 시점을 「1백일 喪」이 끝나는 내달 중순이후가 될 것이라는 최종적인 판단을내릴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朴成哲 북한 국가부주석이 권력승계 시점을 내달 중순이라고 확인한바 있다.
북한의 권력승계가 비교적 투명성을 띠게되자 정부는 남북한대화를 추진한다는 대원칙을 관철하기 위해 국내에 일었던 對북한 강경기류를 진정시킬 필요가 생기게 됐다.
韓昇洲외무장관의 訪美 목적중에는 남북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정지작업도 포함돼 있으며 이는 특히 국내 강경기류를 겨냥한 것이라고 당국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북한을 대화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직접적 수단을 갖지 못한 우리 정부는 北-美간 핵협상에서 미국이 북한을 한국과 대화를 하도록 설득하는 방법에 의존해왔다.
그동안 북한이 한사코 한국을 대화 상대자로 인정하지 않으려는태도를 견지함으로써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지난 6월 북한이 남북한 정상회담에 극적으로 동의함으로써 북한의 對남한 정책변화조짐이 감지됐다.
정부는 북한의 그러한 변화 기조가 金正日체제에서도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과거와 똑같이 미국이 북한을 설득하도록 하는 방식을 취하면서도 진전된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韓장관의 訪美에서 北-美관계 개선과 남북한 관계 개선이 보조를 맞추도록 요청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은 한국의 이같은 요청을 흔쾌히 받아 들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미국은 북미간 상호 연락사무소가 개설되더라도 남북한관계가 진전되지 않으면 北-美관계도 더이상 진전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변수없는한 지속 그러나 미국은 한국이 북한과 진정코대화를 희망한다면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삼갈것은 물론 북한을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한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해야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의 對북한 유화책은 특별한 돌발변수가 없는 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그러나 북한이 실무전문가회의와 3단계 2차회담에서 남북대화에대한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을 경우 우리 정부의 對북한 유화정책 의지도 퇴색될 개연성이 매우 높은게 사실이다.
국내에는 對북한 강경.유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 있는 상황이라 북한이 전혀 대화의지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 강경론이 다시비등해질게 불을 보듯하기 때문이다.
〈金斗宇.康英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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