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계열과 전면전 벌일 것…하나로텔레콤·LG데이콤 등과 결합상품 추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SK텔레콤이 통신업계의 라이벌 KT 계열과 전면전을 펼친다. LG의 통신업체나 하나로텔레콤과 연합군을 편성해 유·무선 결합 상품을 내년 초부터 내놓기로 했다. 이 상품에는 3세대 이동통신 브랜드 ‘T’를 앞세울 방침이다. 또 은행·벤처기업 등을 우군으로 끌어들여 이들에 이동통신 재판매(SKT가 통신망을 빌려주고, 이들 기업이 서비스를 판매)도 하기로 했다. 유·무선 통신사업을 모두 하는 KT 계열(KT·KTF)과 급변하는 통신시장에서 한판 승부를 벌이겠다는 전략이다.

1일 서울 을지로 SKT 본사 17층에서 만난 국내사업 총괄 이방형(52·사진) 부사장은 향후 국내 사업의 큰 그림을 밝혔다.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올 1월 그에게 국내 사업의 전권을 줬다. 김 사장은 국내 사업보다는 최고성장책임자(CGO)로 중장기 전략 수립과 글로벌 사업에 전념하고 있다. 다음은 이 부사장과의 일문일답.

-내년엔 유·무선 결합 상품이 쏟아지고, 이동통신 재판매도 허용될 전망이다.

“내년에는 KT 계열과 전면전을 벌일 각오다. 우선 유선전화와 초고속 인터넷을 서비스하는 하나로텔레콤·LG파워콤·LG데이콤 등과 함께 SKT의 3세대 브랜드 ‘T’가 중심이 된 결합 상품을 추진할 계획이다. T 브랜드를 원하는 어느 누구와도 손을 잡아 고객 입맛에 맞는 결합 상품을 내놓겠다.”

-이동통신 재판매에 대해 SKT가 소극적이라는 평이 있다.

“SKT는 재판매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다만 정부가 재판매와 관련해 새로운 규제를 만들지 않을까 걱정이다. 자율 경쟁에 맡기면 요금도 내려가고 소비자들에게도 유리하다.”

-3세대 서비스의 마케팅이 경쟁사에 밀렸다.

“경쟁사인 KTF가 3세대 시장의 기선을 제압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SKT가 마케팅에 팔을 걷은 9월부터 우리 신규 가입자가 더 많다.”

-KTF의 ‘쇼’ 브랜드는 성공적인 브랜드 마케팅 사례로 꼽힌다.

“쇼 브랜드의 안착을 인정한다. 우리가 방심한 탓이다. 그러나 브랜드만큼은 뒤질 이유가 없다. 차세대 통합 브랜드 ‘T’가 쇼를 앞지르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는 사무실 창문 건너편을 가리키며 대한민국 패션 1번지인 서울 명동에 틈만 나면 간다고 했다. 이곳을 드나드는 젊은이들과 만나 T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다.)

 -1999년에 새 브랜드 ‘TTL’을 선보여 히트를 쳤는데, T도 이런 승부수인가.

“T는 국내 대표 이동통신 브랜드를 넘어 세계 최고의 브랜드로 키울 것이다. 브랜드는 서비스 품질이 뒷받침돼야 힘이 세진다. T는 ‘망내 할인’(SKT 가입자끼리 통화료 50% 할인) 요금제까지 가미돼 있어 경쟁력이 있다.”

(※그는 자신의 휴대전화기를 내밀며 T의 포괄적인 의미를 설명했다. 망내 할인 요금제의 상품명을 ‘티(T)끼리 티(T)내며’라고 붙였는데 T는 그만큼 소비자들에게 ‘티’를 낼 수 있는 브랜드라는 것이다. 또 T는 ‘최고’(Top)나 ‘함께’(Together) 등 고객이 마음대로 해석해도 된다고 했다.)

이원호 기자

☞◆이방형=1979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후 한국은행 입사. 84년 딜로이트 뉴욕 컨설팅에서 일하다 87년 선경(현 SK) 미주경영기획실로 자리를 옮기며 SK그룹에 합류했다. SK가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사들일 때 일조했다. 최태원 SK 회장·표문수 SKT 고문 등이 당시 참여한 인수 태스크포스(TF)에서 일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