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는 항암제' 체력 좋아지면 면역력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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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암 환자에게 달리기는 항암제다'. 스포츠의학 전문가들은 단적으로 이렇게 표현한다. 의학적 항암 치료가 1라운드라면, 암과의 2라운드 싸움은 운동으로 극복하라는 것이다.

암은 소모성 질환이다. 힘겨운 치료를 받으며 허약해진 환자에게 암세포는 끊임 없이 영양을 구걸한다. 심신 쇠약과 극도의 심리 위축, 그리고 항암제 부작용에 시달린다. 몸이 피폐해지면 투병 의지를 잃고, 자포자기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이때 환자를 구원하는 것이 운동이다. 체력이 회복되면서 면역력이 높아지고 자신감을 준다는 것. 또 유방암이나 대장암.전립선암과 같이 비만과 관련된 암의 재발이나 전이를 막는다는 논문도 나오고 있다.

인제대 일산백병원 스포츠의학센터 양윤준 교수는 "운동이 암 환자의 치료와 재활을 돕는다는 사실은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며 "미국에선 암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듯 운동 처방을 하는 것은 상식"이라고 말했다. 환자는 침상에서 가능한 한 빨리 털고 일어나 5~10m 걷기부터 시작한다. 운동 기능과 체력이 회복되면 근력 운동을 하면서 운동 강도를 높인다.

그렇다면 마라톤 완주 같은 고강도 운동은 어떨까.

과거 운동을 했던 사람이라면 무방하다. 삼성서울병원 대장암센터장 전호경 교수는 "항암치료가 끝나고, 체력만 허락된다면 마라톤 완주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단 처음에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 일시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운동 강도를 자신의 최대 운동능력의 40~60%(중등도)에서 서서히 늘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 하나는 유해산소에 대한 대비. 양 교수는 "거친 호흡을 오랜 시간 계속하는 마라톤은 체내에 많은 유해산소를 만드므로 항산화 기능이 있는 비타민(C.E)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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