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상전벽해의 대변화, 흑은 망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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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준결승 제2국
[제3보 (40-59)]
白.胡耀宇 7단 黑.趙治勳 9단

40으로 끊고 42부터 타고 나간다. 흑집이 주루룩 뚫리며 우상귀가 통째 백의 땅으로 변한다. 흑의 궁궐이 폐허가 됐다. 흑도 백 네점을 빵 때려냈다. 따낸 자리가 마치 블랙홀처럼 시커멓게 입을 벌리고 있다.

정적이 찾아오고 생사를 건 듯 호랑이 등에 올라타 질주하던 두 사람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조용히 판을 보고 있다. 검토실에선 손익계산이 한창이다. 대부분 백의 손을 들어준다.

흑이 네점을 따냈지만 집으로는 10집 남짓이다. 백은 흑진을 파괴하며 20집 정도의 실리를 얻었다. 본래의 흑집이 다 부서진 것을 감안할 때 흑은 실리 손해가 너무 크지 않은가.

후야오위도 그런 생각에 자못 만족스러운 눈치다. 56, 58로 두텁게 둔 것도 사고만 나지 않도록 조심하는 인상이 역력하다. 하나 "꼭 그렇지는 않다"는 측도 있다. 그들이 하나의 예상도를 그려본다.

'참고도'를 보자. 백은 어떻게든 하변을 손봐야 한다. 그래서 백1로 뛴다고 치자. 그때 흑2, 4를 선수하고 6으로 한점을 감아넣으면 흑도 어느 정도 실리의 균형을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리파에 해당하는 조치훈9단의 생각은 어땠을까. 드러내 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실리파들은 상변 접전을 놓고 "흑이 망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趙9단의 감상은 상상 외였다. "흑도 두터워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봤습니다"라는 것이 그의 국후 소감이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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