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받을 수 있는' 인터넷 전화 하반기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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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올 하반기에 나올 새로운 인터넷전화(VoIP:Voice over IP)서비스에 관심이 높다.

그동안 걸기(발신)만 했는데 받기(착신)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인터넷전화서비스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인터넷전화는 기존에 집에서 쓰는 일반전화와 기능면에서 사실상 같아진다. 통화품질 문제만 개선되면 기존 전화보다 싼 요금 때문에 인터넷전화를 쓸 사람이 많아진다는 얘기다. 업계에선 새로운 인터넷전화서비스가 통신시장 판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새 인터넷 전화서비스는=착신번호를 부여하는 것이 현재의 인터넷전화와 가장 다른 점이다. 지금도 일부 인터넷전화서비스업체가 임의로 착신번호를 주는 경우가 있지만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착신번호가 있으면 인터넷전화는 물론 기존 유선전화.휴대전화 등으로부터 전화를 받을 수 있다. 초고속인터넷에 가입하고, 인터넷전화기(IP폰)만 마련하면 일반전화처럼 사용할 수 있다.

전화번호는 휴대전화 통합번호 '010'과 같은 방식인 11자리 번호(0N0-××××-××××)가 부여될 전망이다. 인터넷전화 식별번호는 '040' 또는 '070'이 검토되고 있다. 식별번호를 부여하는 것은 이용자들에게 싸지만 품질이 떨어지는 인터넷전화를 사용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리기 위해서다.

◆어떤 파괴력 가지나=무엇보다 싸다는 점이 강점이다. 일단 월 기본료는 1천원이 될 전망이다. KT 시내전화 기본료(5천2백원)보다 훨씬 싼 것이다. 통화료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현재의 유선전화.휴대전화 요금보다는 상당히 저렴할 것이 확실하다.

인터넷전화의 이 같은 가격파괴력은 인터넷(IP)망을 이용하기에 가능하다. 현재의 유.무선 전화는 시내와 시외.국제전화를 걸 때 구간별로 다른 요금기준을 적용받아야 한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로 해외에 전화를 할때 '무선-시내(혹은 시외까지)-국제망'을 타고 들어가야 한다. 단계별로 요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비싼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전화는 IP라는 단일망 사용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싸다. 예를 들어 인터넷전화로 해외에 전화하면 'IP망-해당국가망'을 타고 들어가기 때문에 비용이 훨씬 싸다. 미국의 경우, 인터넷전화가 일반전화에 비해 평균 40%가량 저렴하다. 게다가 같은 인터넷전용회선을 쓰는 사업장 내의 통화는 무료다.

결국 국제 전화나 시외전화를 많이 사용하는 기업.개인은 인터넷 전화 가입을 고려해볼 만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멀티미디어 이용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일반전화망은 음성통화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IP망은 음성은 물론 데이터.화상 등 각종 부가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인터넷전화기에 액정화면(LCD) 등을 부착하면 인터넷게임.쇼핑 심지어 화상채팅까지 가능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인터넷전화가 활성화되면 지난해 3백61억원 수준이던 국내 인터넷 전화시장은 연평균 1백9%씩 성장해 2007년에 가입자 3백19만명, 매출액 8천5백92억원의 시장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업계 활발한 움직임=관련 업체들은 기존 음성전화시장의 상당부분이 인터넷전화로 대체될 것으로 보고 벌써부터 시장선점에 나섰다.

하나로 통신은 인터넷전화 사업을 핵심사업으로 정했다. 이미 인터넷전화서비스 플러스 전화를 운영 중인 하나로 통신은 현재 4만5천명선인 고객을 늘리기 위해 현재 요금(기본료 월 1천원, 시내.외 구별 없이 3분당 39원)의 인하도 검토 중이다.

삼성 네트웍스는 현재 확보하고 있는 1천여개의 인터넷전화 기업 고객을 대폭 늘리는 한편 개인용 시장으로의 확대도 고려하고 있다. 이 밖에 새롬기술.애니유저넷 등 50여개에 달하는 주요 인터넷전화 서비스 전문업체들도 조직을 정비하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T.데이콤 등도 자사의 시외.국제전화사업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새 인터넷전화 서비스 상품을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남은 과제는=품질개선이 급선무다. 1998년 국내에 처음 인터넷전화가 등장한 이후 시장이 커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품질이 나빠서였다.

정통부 통신이용제도과 송경희 사무관은 "이용자의 편익을 위해 장기적으로 기존 전화와 비슷한 수준까지 통화품질을 끌어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통부는 또 인터넷전화도 긴급전화(119 등) 무료서비스, 정전시 통화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체들은 정부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서는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어 해결해야할 현안으로 남아 있다.

또 현재 시내.시외.국제전화로 구분되는 전화 역무 중 인터넷 전화를 어디에 포함시켜야 할지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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