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D보고서 충격 국제경쟁력 어떻게 높이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국제경쟁력이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경제학자나 조사연구기관에 따라 약간씩 시각차가 있으나 최근 세계경제포럼과 스위스 로잔 소재의 국제경영전략연구소(IMD)가 공동으로 발표한 「94국제경쟁력보고서」가 내린 정의는 다음과 같다 .
『국제경쟁력이란 한 나라가 세계시장에서 상대방보다 더 많은 富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다시 말해 특정 국가가 지니고 있는 인적.물적 자원을 바람직한 경제적 결과로 변형시키는 한편 이를 국제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검증해 나가는 과정이다.』 풀어 설명해보자.우선 한 국가의 인적.물적 자원으로 구성되는 가용자원은 그 규모가 크고,증가속도가 빠를수록 경쟁력 확보에 유리하다.일종의 규모 경제다.이런 점에서는 기존의 선진국 경제가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풍부한 가용자원이라 하더라도 행정.조세.법률제도의 정비및 경쟁 조성을 위한 사회.문화적 배경 등이 전제되지않으면 효율적인 이용이 불가능해진다.그래서 오늘날 각종 관련연구소가 개발하고 있는 경쟁력 지수는 이들 가용자 원의 규모와 함께 효율적 이용도를 종합해 산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국제경쟁력의 개념을 지나치게 좁은 의미로 국한시켜 가용자원의 계량적인 확대에만 집중해온 감이 없지 않다.이는 하드웨어에만 집착한 반면 소프트웨어에 관해서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보고서가 한국 의 경쟁력 저하 원인으로 국제화와 자율화의 부진을 꼽고 있는 것은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다.평가항목 가운데 계량화 부문이 비교적 좋은 평가를 얻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계량화 부문이 나쁜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 다.
보고서에서 한국의 무역정책이 조사대상 41개국 가운데 가장 폐쇄적이며 보호주의적인 것으로 나타난다든지 정부규제가 많기로 또는 금융서비스가 엉망이기로 세번째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외국인 차별에서도 일본에 이어 2위 에 선정된 점은 한국 사회나 문화가 얼마나 폐쇄적인가를 입증해주고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 보듯 최근에는 국제경쟁력 측정에서 계량화 부문보다는 非계량화 부문으로 비중이 옮겨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한국의 국제경쟁력 수치는 앞으로도 당분간 하향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非계량화 부문에 더 많은 무게가 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경제는 급속도로 통합돼 가고 있다.이와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이 중앙집권적 권력의 분산.따라서 경제분야는 종래의 重商主義 체제가 효율성을 잃어가는 반면 민간주도의 자율체제가 정착된 나라일수록 더 높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경제 통합은 국경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자본의 흐름을 말한다.그런 면에서 정부의 重商主義 정책이나 국민의 문화폐쇄성은 자연히 흐름을 막는 장벽으로 작용하게 된다.국제경쟁력을 측정하는시각이 이런 점에 더욱 초점을 맞추는 것은 어쩌 면 당연한 결과다. 물론 WEF와 IMD의 이번 발표에서처럼 과연 인구 3백만명의 싱가포르를 독일이나 일본과 같은 경제대국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 있는가라는 지적(파이낸셜 타임스 7일자)도 있다.하지만 그런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경쟁력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둘러싸고 국제무대와 우리나라 사이에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있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李信雨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