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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파괴 시대서 이젠 가격창조 시대로 日유통업계 돌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일본유통업체들의 값 내리기 경쟁이 이제까지의 「가격파괴」에서「가격창조」로 큰 흐름을 바꿔나가고 있다.
「가격파괴」는 상품값을 파격적으로 내림으로써 기존의 가격체계를 「파괴」한다는 뜻이고 「가격창조」는 아예 싼 값으로 물건을파는 새로운 상점을 「창조」해나간다는 것이다.지난 92년 이후이제까지 가격 인하경쟁을 피나게 벌였던 일본유 통업체들이 최근에는 「메가마트」등 新업태를 과감하게 도입하면서 제2라운드의 대접전을 벌이고 있다.
일본의 가격파괴 바람이 국내에도 불어닥쳐 일부 유통업체와 가전.화장품업체들이 제품값 내리기 경쟁을 벌였던 점을 감안할때 가격창조라는 새로운 개념도 어떤 형태로든 국내유통업계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유통업체들의 가격창조는 주로 상품의 품질과 가격이 백화점과 대중量販店(GMS)의 중간에 속하는 신업태를 과감히 도입하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디스카운트스토어에 가격파괴 경쟁에서 밀려 빛을 잃었던 백화점과 슈퍼마켓들이 「메가마 트」「슈퍼슈퍼마켓(SSM)」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점포를 개설하는데 앞다퉈 나서고 있는 것이다.메가마트와 슈퍼슈퍼마켓은 특정지역의 상권을 휘어잡기 위해 생활필수품을 중심으로 점포당 4만~5만개 폼목을 망라해 취급하는 일종의 지역밀착형 쇼핑센터(NSC)로 디스카운트스토어에 맞서기 위해 고안된 새로운 업태다.
이들 신업태는 『가격파괴는 유통업계 변혁의 서곡에 지나지 않는다』고 포문을 열면서 과감한 변신과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건물외관과 내부장식을 호화판으로 꾸미는 한국백화점들과는 달리 한푼이라도 싸게 팔기 위해 외벽과 천장을 슬레이트나 함석으로 꾸미는가하면 거창한 광고탑 대신 벽에 페인트로 점포이름을 써서 알리는 식으로 경비절감에 앞장서고 있다.
공장인지 창고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허름한 외양이지만 똑같은 품질의 제품이라면 백화점보다 훨씬 싸게 파는 매장이라는이미지를 부각하면서 고객을 공략하고 있다.이와 함께 가격을 스스로 「창조」해나가는 움직임도 활발해 일부 대형 유통업체및 식품회사들은 다른 유통업체및 제조업체와 손잡거나 아예 합병을 통해 상품개발단계에서부터 아이디어를 짜내는 것은 물론 원료조달.
정보시스템.물류시스템까지 공유,값 낮추기에 적극 나서고있다.
일본의 대형유통업체인 다이에는 오렌지주스.아이스크림등을 제조업체와 공동개발해 자체상표(PB)로 시판에 나서는 한편 유럽최대 필름메이커인 독일의 아그파 게팔트社와 제휴,일본 최대필름업체인 후지필름제품의 절반값으로 필름을 판매한다.또 해외 13개국에 40여개 공장을 갖고 조미료.냉동식품등 2천5백여개 품목을 제조하는 아지노모토와 상품개발.정보시스템등을 제휴함으로써 일본 유통업계에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李鍾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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