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총통 訪日-中.대만 힘겨루기 한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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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臺灣총통부가 그동안 운만 띄워왔던 리덩후이(李登輝)총통의 아시안게임 참가를 공식 발표함에 따라 中國-臺灣사이에 낀 日本정부가 샌드위치 신세이다.
대만외교부는 李총통이 10월1일부터 6일까지 히로시마에 머물면서 선수들을 격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또『李총통이 히로시마에가는 것은 순수한 국제스포츠활동차원이며 이 사실을 일본에 통보하는 것도 예의상 하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
이에대해 중국은「하나의 중국」원칙을 내세워「대회불참」까지 불사하겠다고 통보하는등 日本정부에 거듭 압력을 넣고 있다.
지금까지 국제외교무대에서 직접 충돌한 적이 없었던 中國-臺灣이 이처럼 일본을 중간에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은 일단아시아올림픽委(OCA)회원인 대만의 지도자가 선수들을 격려하기위해 아시안게임에 참석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명 분때문이다.
여기에다 이번 訪日이 성사되지 못하더라도 중국측이「하나의 중국」을 무리하게 관철시키는 모습을 연출,국제무대에서 臺灣에 대한 반사적인 지지를 끌어내 지난 70년대이후의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자는 계산이 짙게 깔려 있다.
그러나 李총통의 아시안게임참가발표는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정권에 적지않은 외교적 짐이 되고 있다.
일본정부는 李총통이 끝까지 訪日을 고집할 경우 지난 72년 中日공동성명에 따라 입국거부를 할 수밖에 없으나 이같은 궁지에몰리고 싶지 않다는 희망을 언론에 흘리고 있다.
또 李총통의 초청당사자인 OCA도 중국없는 아시안게임을 생각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일단 李총통에게 발송한 초청장을 취소,정치문제로 발전하지 않게하도록 간접적인 공작을 하고 있다.
대만측도 내부적으로는 李총통의 訪日과 아시안게임 참석이 결국「국제사회의 힘의 논리」에 밀려 좌절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이번 訪日논쟁을 계속하는 것은 오는 11월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될 亞太경제협력체(APEC)정상회담의 대만참가까지 밀어붙여 보겠다는 전략을 짜놓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대만측의 이같은 외교공세에 중국과 국제사회가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東京.臺北=李錫九.劉光鍾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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