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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어둡지만 소리로 추적 '시각장애인 셜록 홈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시각장애인 셜록 홈스' 눈 어둡지만 소리로 추적

벨기에에서 귀가 아주 밝은 시각장애인 6명이 경찰 도.감청반에 특채돼 테러나 마약조직, 조직폭력배 등 강력범죄 해결을 위해 맹활약하고 있다.

31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에 따르면 이들은 범죄조직에서 도청한 내용을 듣고 동료 경찰이 미처 알아채지 못한 단서를 척척 찾아낸다 해서 '시각장애인 셜록 홈스'로 불린다. 활약상이 추리 소설에 나오는 명탐정에 버금간다는 뜻이다.

벨기에 연방경찰청은 올 6월 도청 내용 분석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 이들을 뽑았다. 그중 한 명인 사차 반 루는 도청 자료에서 자동차 소리를 들으면 현대차인지, 도요타인지, 벤츠인지를 가릴 수 있다. 전화기 누르는 소리만 들어도 번호를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주변 소음만으로 전화를 거는 곳이 공항인지, 커피숍인지 파악할 수 있다. 폴 반 티에렌 경찰청장은 "그의 듣기 능력은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수퍼 히어로'급"이라고 말했다.

반 루는 최근 마약 밀매업자 검거에 큰 공을 세웠다. 경찰은 처음엔 모기 소리만 한 마약 밀매업자의 도청 녹음을 듣고 모로코인이라고 결론지었지만 반 루가 알바니아인이라고 해 이를 근거로 범위를 좁혀 수사한 결과 검거에 성공했다. 이는 그가 7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기에 가능했다. 영어나 프랑스어뿐 아니라 러시아어.아랍어도 막힘이 없다. 같은 아랍어를 써도 범죄혐의자가 이집트인인지, 모로코인인지를 구별할 정도다. 반 루는 "시각장애인이 도로를 건너거나 기차를 탈 때 생명의 위협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청각을 발달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범죄현장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데 총기를 지급하지 않아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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