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학생 수 18년 새 94만 명 줄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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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교직 생활 27년째인 김성수(서울 석촌중) 교사는 학생들과 기술과 실습실에서 움직이는 자동차 모형 만들기 수업을 한다. 학급당 많아야 35명을 넘지 않기 때문에 학생 개개인의 조립 속도를 살피면서 지도한다. 20년 전만 해도 이런 수업은 상상할 수 없었다. 1989년 동대문구 성일중 근무 당시엔 한 학급에 65명씩 학생을 모아 놓고 가르쳤다. 김 교사는 "책상이 빽빽하게 붙어 있어 콩나물시루 같았던 교실에서 어떻게 수업했는지 모르겠다"며 "실습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서울의 학생 수가 18년 만에 100만 명 가까이 줄었다. 31일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2007 서울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유치원과 초.중.고 학생 수는 149만733명. 89년 243만여 명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낸 지 18년 만에 94만 명가량 감소한 것이다. 96년 200만 명 이하로 떨어진 지 11년 만에 다시 50만 명이 줄었다. 출산율 저하로 학령인구(교육 대상이 되는 초.중.고교 학생 수)가 꾸준히 감소한 결과다.

학급당 학생 수도 크게 줄었다. 서울 시내 초등학교는 이제 한 학급 평균 31명 선까지 내려왔다. 절대 학생 수가 줄어드는 가운데 교육부가 교원 수를 늘려 학급당 학생 수를 지속적으로 줄여왔기 때문이다. 74년 교사 생활을 시작한 최화순(서울 후암초) 교장은 "18년 전만 해도 한 교실 30명 수업은 사립초등학교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며 "교사 수가 늘면서 교과전담 교사가 생기고, 교사들 수업시수가 줄어 교과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 교장은 "최근에는 입학생 수가 줄면서 학급 수가 줄어들까 봐 고민하는 학교장이 많다"고 전했다. 학급 수가 일정 규모 이하로 떨어지면 부장교사 자리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학생 수는 줄었지만 지도하기는 더 힘들어졌다고 말한다. 서울의 K여고에서 23년째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신모(47) 교사는 "학생들의 성향이나 진로가 다양해지면서 수업 집중도는 크게 떨어졌다"며 "학생 개개인에 맞는 수업 모델을 개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선택 중심의 7차 교육과정 이후 이 같은 현상이 심해졌다고 한다. 또 외동아이로 자란 학생들이 늘면서 학부모들이 자기 자녀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많다. 한 중학교 교사는 "걸핏하면 경찰에 신고해 버리겠다는 학부모나 아이들 때문에 체벌을 하거나 따끔하게 한마디하기도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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