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 벌 준 선생님 용서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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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담임 교사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초등학교 1학년생 아들을 둔 어머니 정모(38.복지관 간병인)씨는 아들에게 수치심을 준 담임교사 강모(45.여)씨를 용서해 달라고 지난달 30일 광주시교육청 인터넷 홈페이지에 글(그래픽)을 올렸다.

강 교사는 지난달 22일 오전 학교강당에서 학예회 연습 도중 바지에 오줌을 싼 정씨의 아들(8)을 아이들이 보는 교실에 3시간가량 서 있도록 했다. 강 교사는 "바지를 서서 말리라고 햇볕이 잘 드는 창가로 보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전해 들은 정씨는 '분하고 억울한 마음'에 27일 한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올렸다. 하루 만에 1만여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아동학대에 해당한다" "교사로서 자격미달이다" 같은 비난이 일었다.

교육청 측이 "물의를 일으킨 만큼 담임 교사를 교체하고 진상조사 후 징계하겠다"고 밝히자 정씨는 교육청 홈페이지에 다시 글을 올리고 해당 교사를 선처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정씨는 "처음에는 이런 교사는 교단에서 내쫓아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무엇이 진정 아들을 위하는 길인가를 생각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29일 아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같은 반 친구들이 3교시 내내 수업을 받는 동안 교실 한쪽 구석에서 우두커니 서 있던 아들에게 달리 무엇을 해 줄 방도도 생각나지 않았다. 답답한 심정에 학교를 찾았다가 강 교사를 만나 서로 부둥켜 안고 한동안 눈물을 흘렸다. 4월 초 그는 강 교사에게 "아들이 평소 화장실에 자주 들락거리니 수업 중이라도 소변을 보고 싶어 하면 화장실에 보내 달라"고 부탁까지 했었다. 야속한 마음이 더했으나 함께 우는 담임 교사를 외면할 수 없었다.

강 교사는 "옷을 갈아입으라고 집에 보냈어야 했는데…내가 잘못했다"며 눈물로 용서를 빌었다. 이에 정씨는 "선생님께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마음고생이 심했구나. 무엇보다 상처 받은 아이의 마음에 진심 어린 사랑의 눈빛이라도 보내 줘야 하지 않겠는가"고 생각했다고 한다.

정씨는 "평소 우리 공교육을 튼실히 해야 한다고 믿고 선생님들을 지지해 왔다"며 "체벌과 징계보다 사랑이 넘치는 교실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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