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서울시장 후보 난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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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카이저 수염과 短杖으로 유명했던 故金相敦씨는 서울 定都 6백년동안 유일한 民選 서울市長이었다.60년 12월30일 선거에서당선돼 취임한후 이듬해 5.16쿠데타로 물러났으니 그의 재임은넉달보름에 불과한 짧은 기간이었다.재미있는 것 은 朝鮮王朝시대의 서울시장,곧 漢城判尹의 평균 재임기간 역시 넉달半이었다는 점이다.그러니 金씨도 아주 短命한 서울시장은 아니었던 셈이다.
지금의 서울시장은 더 말할 것도 없지만 朝鮮王朝시대의 漢城判尹도 정승에 못지 않은 중요한 자리였다.
그래서 역대 임금들은 漢城判尹 갈아치우기를 밥먹듯 했던 것이다.맡기에 이르러 그같은 현상은 극에 달해 純祖는 재위 34년동안 1백 75명을 바꿨고,憲宗은 15년동안 1백97명을,高宗은 44년동안 3백86명을 각각 갈아치웠으니 한달남짓에 한명꼴로 바뀐 셈이다.해방후 지금까지 49년동안 27명이 서울시장을거쳐감으로써 평균 재임기간은 왕조시대보다는 훨씬 길어졌지만 그래도 임기가 보장된 民選시장에 비하면 3분의1에 불과하다.
임명직의 서울시장이야 임명권자의 말 한마디로 하루살이 목숨일수도 있지만 시민에 의해 선출된 서울시장은 결정적인 실수나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한 다음 선거까지 서울의 살림을 주무를 수 있다는 점에서 모든 정치인의 꿈이라 할만 하다.
더구나 내년에 실시될 시장선거에서 당선되기만 한다면 次期의 靑瓦臺 주인도 꿈꿔볼만 하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政街에선 불꽃튀는 경합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여당은 여당대로,야당은 야당대로 자천.타천의 인사들이 스타트라인에 서서 위.아래의 눈치를 살피고 있으니 후보자의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시끄러울 것은 분명하다.하지만 民選 서울시장으로서의 경륜과 포부를 펼쳐보이려는 사람은 아직 눈 에 띄지 않는다.정치적 야심만이 난무할뿐「살림꾼」으로서의 역할을 자임하겠다는 태도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얘기다.「김칫국부터 마시는 꼴」이라고나 할까.소설 속의 인물이지만 빅토르 위고作『레미제라블』의주인공 장 발잔은 이 세상의 모든 市長가운데 가장 착하고 성실하고 양심적인 시장이라 할만 하다.
그같은 자세로「서울 공화국」의 살림을 떠맡겠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았다면 일찌감치 그 꿈을 포기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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