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신의나의골프>3.국제대회 첫출전 2등 동네서 큰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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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매년 7월 셋째주 샌디에이고에서는 옵티미스트 주니어 월드라는골프대회가 열린다.이 대회는 미국 4대 주니어 경기중 하나인데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우수한 선수들이 모두 출전하는 큰 대회다.79년 나는 12살때 그 경기에 참가했 다.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만 경기를 하다 갑자기 전국대회도 아닌 국제대회에 출전하게 되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79년 대회에는 40여개국 선수들이 출전했는데 한국선수들은 눈에 띄지 않아 아쉬웠다.
다만 대회본부에 꽂혀 있는 태극기는 미국으로 간후 처음 보는것이어서 어린 마음에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다.나는 태극기를 보며 빌었다.『나에게 힘을 주소서』라고.
11~12세 그룹에서 첫날경기를 마친 내 성적은 1등과 4점차이로 2등이었다.경기 결과를 보고 나 자신도 놀랐다.둘째,셋쨋날도 최선을 다했으나 점수를 2점차로 줄였을 뿐 2등은 변함이 없었다.그래도 만족할만한 성적이었다.
귀향길은 정말 신바람났다.트로피를 동네 골프장에 진열해 놓으니 동네사람들이 모두 모여 잔치를 벌였다.모인 사람이 하도 많아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사인을 해 달라는 사람도 있었다.영문도 모르고 해준 사인이었지만 지금까지 나를 좋아 하는 사람들에게는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해주고 있다.몇천번일까.아마 몇만번일까. 대회를 마치자 아버지는 나에게 맞는 골프채를 전문가에부탁해 다시 만들어주고 나를 위해 골프공부를 하기 시작하셨다.
그동안은 당신을 위한 골프였지만 누구를 가르치기 위한 골프가아니었다.각종 골프서적을 구입하신 아버지가 사전을 옆에 놓고 밤새 머리를 싸매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같은해 여름 나는 일리노이州 퀸시市에서 열린 전국대회 12~14세그룹에서 1등을 했다.골프매거진이 선정하는 미국 주니어 올스타에 선정되기도 하고 남자 프로경기인 골프 월드시리즈 대회프로암 경기에 초청받기도 했다.이곳에서 당시 절 정기를 보이던톰 왓슨을 비롯,쟁쟁한 프로들을 만나 악수도 하고 사진도 찍는등 어린 나는 더할 수 없는 영광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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