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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 경계 허물어졌는데 IPTV사업 왜 규제로 묶어놓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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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남중수 KT 사장은 31일 “해외 기업들은 달음박질하고 있는 동안 한국의 차세대 성장동력인 인터넷TV(IPTV) 사업은 규제에 묶여 3년째 헛돌고 있다”고 말했다. 남 사장은 이날 홍콩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 케이블·위성방송협회(CASBAA·Cable & Satellite Broadcasting Association of Asia) 콘퍼런스의 기조연설에 앞서 특파원들과 만나 IPTV 법규 입안이 지연되고 있는 데 대해 강한 불만을 내비쳤다. 남 사장은 “CASBAA 참석자들이 IT 인프라가 좋은 한국이 아직도 실질적인 IPTV 사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불가사의한 일(It’s weird)’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남 사장은 디지털 융합시대의 큰 걸림돌은 법과 제도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그는 요즘 해외로 돈다. 규제가 없는 곳에서 차세대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다. 남 사장은 우즈베키스탄의 통신업체 두 곳을 인수하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바로 홍콩으로 왔다.

-통신업체 최고경영자가 국제 방송 관련 회의에 참석한 배경은.

“IT 기술이 발전해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허물어진 지 오래다. 이 같은 디지털 환경에 맞춰 KT는 종합미디어 업체로 변신을 추진 중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인터넷과 통신망을 기반으로 여러 콘텐트를 고객에게 제공할 것이다. KT는 더 이상 통신업체가 아니다. 종합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사업자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이미 콘텐트 제작사 두 곳을 인수했다. CASBAA는 이 같은 KT의 변신을 주목해 나를 초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

-IPTV의 가능성은.

“한국의 IT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민 3.3명당 한 명꼴로 초고속 인터넷을 쓰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고객들에게 다양한 콘텐트를 제공하는 IPTV에 KT의 미래를 걸고 있다. KT는 9월부터 IPTV의 초보 수준인 메가TV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의 IPTV 가입자는 이미 80만 명을 넘어섰다. 그만큼 소비자들은 앞서가는데 규제에 걸려 온전한 IPTV 서비스를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해외 사업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가.

“국내 통신시장은 포화됐고, 새 사업을 벌이려면 여러 규제의 벽을 넘어야 한다. KT는 이미 몽골와 러시아 연해주·베트남 등지에서 현지 통신업체를 인수해 성공적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 IPTV 서비스를 하는 데 아무런 규제도 없다. 홍콩은 이미 4년 전부터 통신업체인 PCCW가 IPTV 서비스를 하고 있다. 세계에서 IT가 발달한 20여 개국 중 통신사가 방송 서비스를 못 하도록 규제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

홍콩=최형규 특파원

◆아시아 케이블·위성방송협회(CASBAA)=1991년 설립된 아시아·태평양 지역 125개 유료 방송업체 연합체. 다채널 TV 활성화를 위해 조직됐다. 방송 콘텐트의 지적 재산권 보호와 지역기술표준 문제도 논의한다. 홍콩과 인도에 사무실을 두고 있고 한국케이블방송협회(KCTA)와 매년 교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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