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의현장>18.차기 어떤 곳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차기는 중앙항공우주유체역학연구소를 의미하는 러시아어의 첫문자를 딴 명칭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연구소는 1918년 창설이래 항공기와 유체역학.공기역학등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며 지금까지의 소련 우주항공연구의 모든 부문에서 항상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현재 차기의 인원은 8천여명.이중 4천여명은 과학기술자들이며나머지는 전문 노동자들이다.5년전에는 연구인력이 1만 4천여명이었으나 극심한 정치사회의 혼란으로 많은 연구인력이 자리를 떴다. 이들을 유지하고 연구능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수익사업을 진행해야 하는게 현재 차기가 당면한 가장 큰 어려움이다.이때문에 차기는 최근들어 컨버전(군수산업 기술의 민수화 적용)업무를증가시키고 있고 외국연구소나 보잉등 외국항공사의 비 행기 실험등 협력사업에 치중하고 있다.
차기 연구소의 부소장 발레리 수하노프씨는『아마추어 수준의 접근이 아닌,진지한 협력을 제안해 온다면 얼마든지 응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다.
그는『최근 10년동안 중국은 서구와의 우주항공 협력에 매달렸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못했다.그들은 서구가 핵심기술을 이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는 이제는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한국도 첨단 항공기 술을 이전받고 진정으로 항공기 설계기술등을 배우려면 기초가 튼튼하고 연구능력이 거의 무한정인 러시아와의 협력을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한국이 첨단기술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준비만 되어 있다면 넘겨주겠다는 러시아의 입장과는 달리 한국측은 매우 시큰둥한 반응이다.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기술 헌터로 일하고 있는 한국인 모씨는『러시아측에서 돈이나 시간으로 살 수도 없는 기술을 넘겨주려고 해도 미국등에서만 교육받은 일부 전문가들이 이들의 자존심이나 건드리며 이들과의 협력을 진지하게 하겠다는 자세를 갖고있지못하다』고 밝힌뒤 『오히려 한국이 협력하자며 돈을 싸들고 쫓아다니는 미국의 연구소는 차기와의 협력을 강화하려 하니 한심하기그지없다』고 혹평했다.
〈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