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의현장>18.러시아 차기-舊蘇첨단 항공과학의 메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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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최근 몇년동안 세계 항공우주力學界에서 가장 화제를 모았던 사건은 舊소련의 SU-27이 보여준 코브라 점프였다.고속으로 나르던 비행기가 마치 코브라가 먹이를 채기위해 고개를 뒤로 젖히고 점프를 하듯 백 점프를 해댄 이 기술은 모두 러시아의 중앙항공우주유체역학연구소(일명 차기)의 연구결과에 의한 것이었다.
일반인에겐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이 연구소는 소련 우주항공 기술의 발전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으며 이때문에 일찍부터서방의 첨단 항공연구소들로부터 협력사업의 유혹을 받았던 연구소다.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간을 우주로 실어 올릴 수 있는 비행체를 만들수 있었던 것,미국과의 치열한 경쟁을 이기고 세계 최초로 미르라는 우주정거장을 건설해내고 역시 이곳을 왕복하는 부란이라는 세계 최고수준의 우주왕복선을 개발해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이곳 차기의 연구결과에 힘입은 것이었다.이 때문에 차기는 舊 소련시절부터 지금까지 러시아 항공산업의 수준을 대변하는 대명사로 알려져있다.
건립된지 76년이 지나는 동안 이 연구소가 수행해내고 제작해낸 기술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초대 소장인 니콜라이 주코프스키는 자신의 양력이론등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날렸으나 그후의 대부분의 차기 소장이나 선임급 박사들은 연구프로젝트가 극비로 진행된 탓에 거의 외부세계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차기는 이들의 도움으로 이미 1920년대에 알루미늄 비행기를 만들어내고 27년에는 세계 최초로 초음속 스피드를 공기터널 속에서 재현시키고 이를통한 음속 돌파 항공기 개발에 착수하는등 항공우주 역학분야에서 이미 세계를 리드하 고 있었다.
이 결과 48년에 소련의 La-176 항공기가 음속에 도달했고 이듬해에는 최초의 초음속 전투기인 미그17기가 탄생하게 됐다. 현존하는 전투기중 공기역학과 항공기 구조분야에서 가장 진보된 모델이라는 SU-27,미그29등의 개발에도 차기는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세계에서 가장 큰 헬리콥터인 MI-26,우주 왕복선 부란,소련이 운행하는 모든 항공기등이 모두 이 연구소의주도적인 기술지도로 이루어졌다.
항공기 분야만이 아니라 차기는 공기역학에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소련의 수준을 상징하는 기술을 개발해냈고 또 현재도 개발중이다. 크렘린의 한 복판에 매달려 있는 붉은 별도 차기의 연구성과에 의한 것이었다.태풍이나 폭풍등에 영향을 받지않고 완벽하게 매달려 있을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재질이 선택되는 기초연구가바로 차기의 기술진에 의해 이루어졌던 것으로 이때문에 크렘린을상징하는 붉은 별은 지금까지 단 한차례의 수리도 하지않았다고 한다. ***베일에 싸인 연구활동 우주왕복선 연구과정에서 부수적으로 개발된 태양열의 집적 및 가용에 관한 지식과 기술등은 극지의 태양열 주택사업에 쓰이고 우주과학을 활용한 새로운 의료기술,목재가공기술등이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또 세계에서 가장 수준이 높은 갖가 지 종류의 공기터널(풍동)의 운용과정에서축적된 기술은 자동차의 에어로다이내믹 설계와 고층빌딩,선박의 공기및 유체역학적 설계에도 응용되고 있다.그러나 아직까지도 이연구소의 실제활동과 연구능력은 거의 베일에 싸여있다.
연구소가 확보하고 있는 60개가 넘는 풍동(공기터널)중 외부에 공개되는 것은 10개도 안되며 보안도 철통같다.연구소의 조그마한 건물을 촬영하려해도 최소 3주전에 국방부등에 관련 서류를 제출,허가를 얻어야한다.
이 연구소에서 지난 세월동안 舊 소련 과학계의 최고 영예라고할수 있는 레닌상을 받은 과학자가 23명이나 되고 국가영웅훈장을 받은 과학자가 1백 70명이나 된다는 사실은 바로 차기의 역할과 실제 업적이 어떤 수준이었는지를 짐작케 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모스크바=金錫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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