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정책을진단한다>3.성급한 수술 후유증에 골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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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78개 부실기업을 대거정리한 5共의 不實 수술은 과연 잘됐나. 수술한지 거의 10년이 지난만큼 이제는 상처부위도 어느정도가라앉았다.移植된 기업들도 새 주인 손에 의해 그런대로 잘 살고 있는 것 같다.일부 기업들은 孝子소리까지 듣고 있을 정도다. 『聯合鐵鋼은 돈벌고 있다.국제의 건설부문도 그런대로 굴러간다.동서증권은 알짜배기로 몸집이 몇배 커졌다.국제방직을 가져간동방그룹의 金容大회장도 돈벌었다.조광무역을 가져간 한주통산도 웃고 있다.국제제지는 방위지역이 해제된후 공장을 팔 아 이전했다.공장 판돈으로 이미 부채를 다 갚았다.』 재무부 관리 C씨의 사후 중간평가다.
정부와 은행감독원이 수시로 체크해서 만드는 정리기업들에 대한비공개 「종합건강진단서」상에도 외견상 특별한 이상징후는 발견되고 있지 않은 눈치다.「시간이 藥」이라는 당시 전문의료진의 예상대로 부실정리의 상처는 눈에 띄게 작아졌다.경 제덩치가 몰라보게 커진 때문이다.
사실 매끄러운 수술은 아니었다.당시 덩치 큰 기업들이 줄줄이부실인데다 하나같이 病도 깊다보니 서둘렀다.
문제의 암부위를 도려내기 바빴지 절차나 후유증은 꼼꼼히 따질만큼 여유가 없었다.
해운과 해외건설은 업종전체가 흔들거렸고「시한폭탄」을 안은 부실기업들은 폭발일보직전이었다.전체가 은행의 긴급수혈로 연명할 정도였다.
하도 갈길이 바빠 最短의「직선코스」를 밟다보니 심지어 韓銀특융이 먼저 시작되고 租減法이 나중에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하는 混線까지 빚을 정도였다.
어쩔 수 없는 다급한 수술이었다.경제전체가 사느냐 죽느냐 하는 판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하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부랴부랴 생명만 건져낸 거친 수술은 그후 「3低호황」이란 전혀 예기치 못한 補藥덕을 톡톡히 본다.
만의 하나 이게 없었다면 수술쇼크와 후유증은 더 컸을 뻔 했다.「3低」는 수술당한 부실기업 상당수를 땅을 치도록 억울하게만들기도 했다.
5共의 부실수술은 생명을 건져 낸 功에도 불구하고 부작용과 원망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아직도 상처부위가 욱신거리고「要주위」부위도 남아 있다는 얘기다.
국제그룹문제가 가장 대표적이다.『지난해 7월 국제그룹해체 違憲판결에 따라 국제맨들은 빼앗긴 재산을 되찾기 위한 대법원 민사소송 판결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金尙俊 국제복원위전무의얘기다. 내년께 나올것으로 보이는 이 판결여하에 따라「국제해체」란 상처는 다시 도질 수도,그냥 아물 수도 있다.
상대편인 한일그룹도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다.『한일그룹은 국제5社인수의 멍에를 지금도 지고 있다.국제인수로 오히려 그룹전체상황은 더 나빠졌다.국제일만 없었다면 지금 그룹은 훨씬 좋아져있을 것이다.』 〈金光洙기자〉 86년 당시 국제인수 팀장인 金成圭 경남모직사장의 개인 평가다.
당초 明星인수에 마음을 두었다가 정부권유에 못이겨 국제계열사를 골라 갖는 선택권은 받았으나 도리어 발목이 잡혔다는 얘기다. 漢陽은「덧난 악종 상처」다.86년 5共 당시 1차 합리화지정에다 오너십까지 그대로 준 특혜를 누렸는데도 부실을 못벗고 9년만에 또 다시 정부의 再수술을 기다리게 됐다.부실기업정리에서 정부개입과 합리화지정이 반드시「만병통치약」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입증한 케이스다.
여기에다 온갖 정부지원을 받은 건설회사 K社등 일부 회사들이「제2의 한양」이 될 소지도 있어 정부가 언제까지 부실뒤치다꺼리에 나설는지 관심거리다.더 큰 걱정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부작용들.아직도 국민정서에 뿌리깊게 남아 있는「 정경유착」과 「특혜시비」는 돈으로 따질 수 없을 정도의 5共부실정리 폐해다.이때 생긴 기업에 대한 나쁜 이미지는 지금도 여전하다.뿐만아니라 정부는 부실기업 뒤치다꺼리에 숨쉴틈이 없다.언제까지「산업합리화」라는 이름으로 계속 구제하며 국민경제에 엄청난 비용을 물릴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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