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산,왜 위벽은 못 녹이나-예일大 생쥐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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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위산은 음식은 물론 쇳가루도 녹여버릴 만큼 강력하다.동물들의생존은 위에서 강산(pH 2.0)이 분비되기에 가능하다고 말할수 있을 정도다.위산은 단순히 음식만을 소화시키는 것이 아니라박테리아 같은 병원성 미생물도 분해함으로써 안으로는 에너지를 공급하고 밖으로는 외침을 막아내는 역할을 한다.
위산이 이같이「무소불위」의 힘을 가졌다는 사실은 그간의 연구로 잘 알려져 있다.그러나 정작 왜 위산이 자신의 위 혹은 위벽 자체를 녹여내지 못하는지에 대해서는 이런 저런 추정만 있었을 뿐 학자들이 밝혀낸 것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최근 한 연구에서 위와 위산의 이런 신비한 관계를 밝혀낼 수 있는 단서가 발견돼 주목을 끌고 있다.美 예일大의대 스티븐 와이스브렌박사팀은 생쥐의 위를 떼내 실험한 결과 위산분비세포가 보통 세포와는 달리 산이나 가스를 투과시 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기존의 학설들은 위가 위산에 녹지 않는 이유로 위벽에 산의 흐름을 차단.중화시킬 수 있는 어떤 시스템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이같은 설명에 따르면 위산을 분비하는 위선의 상부튜브에서 점액질이 나와 얇은 막을 형성함으로써 위내부로 분출된 위산이 위벽속으로 역류해 들어옴을 막는다는 것이다.이때 혹시 점액질의 막을 뚫고 들어온 위산이 있다면 이는 탄산가스가 나와 중화시킨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예일대팀의 실험결과 생쥐의 위벽세포에는 이런 점막은 물론 탄산가스도 존재하지 않음이 밝혀짐으로써 기존의 이론은 틀린 것이 돼버렸다.
예일대 연구팀은 대신 위산을 분비하는 위선을 깨끗히 세척한 후 이 속으로 매우 강한 산을 주입했다.그 결과 이 위벽세포의산도는 전혀 변함이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이는 위벽세포가 산을 전혀 투과시키지 않는 특수한 성질과 구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것이다.추가실험결과 위벽세포는 탄산가스도 통과시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보통세포라면 가스는 물론 웬만한 산.알칼리 물질도 통과시킨다.
그러나 아직 위벽세포의 정확한 구조는 분석하지 못했다.연구팀은 다만 위벽세포가 강산성의 조건에서 진화해오면서 이렇게 특수한 성질과 구조를 갖추게 됐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金昶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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