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랑>한권의 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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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현대는 지나친 정보,책의 홍수시대라고 한다.
책을 만들어내는 사람이지만,사실 나도 이에 공감한다.
하룻밤만 자고나면 새로운 책이 수백 종씩 쏟아져 나온다.요즘같이 바쁜 시대에 일일이 찾아 읽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또 각각의 책들은 저마다 다 필요하고 특별한 책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니,독자들은 그 앞에서 큰 혼란과 부담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그렇고 그런 책으로 혼란을 가중시키는 일은 절대삼가야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꼭 필요하지 않은 책을 내는 것은 정신 공해고 비싼 종이를 낭비하는 일이며,결국 엄청난 쓰레기를 만들어 세상에 누를 끼치는 결과가 된다.
자원 절약과 환경 보호차원에서도 이는 꼭 막아야 할 일이다.
사실 일생의 경험과 지식을 모으는 것은 한 권의 책이면 족하다고 본다.수천년 동안 동서고금의 최고 베스트셀러로 내려오고 있는『성경』을 보더라도,예수님 말씀과 행적을 담아 그 핵심을 이루고 있는,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읽고 또 읽으며 영혼의 구원과 안식을 찾고 있는 복음서는 불과 50여쪽에 지나지 않는다.
우주만고의 진리를 담은 고전이라는『반야심경』도 단 2백60자로이루어져 있을 뿐이다.이는 결국 아무리 깊고 심오한 내용이라도한권의 책에 모두 다 담아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므로 나의 영원한 출판 목표도 세상사는 데 꼭 필요하고 유익한 내용을 담은「한 권의 책」을 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나의 원칙과 목표는 때로 현실 앞에서 갈등을 겪는다.출판을 사업으로 보아서는 책을 계속 많이 만들어 내야 좋은 것이고,또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은 새로운 생각과 이론,새로운 내용을 담은 새책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
책을 만들어내는 사람으로서 겪는 묘한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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