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여성成佛연구"로 박사딴 李昌淑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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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여성 불자는 과연 成佛할수 없는가.그렇다면 불교가 여성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평범한 가정주부로서 불교내 여성문제의 중심고리를 이루는 여성의 성불에 대한 논문,「인도불교의 여성 성불사상에 대한 연구」로 지난8월 동국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李昌淑씨(53).
李씨는 그간 불교내에서는 연구가 거의 없다시피했던 여성문제에처음으로 착안,공론화시켰을 뿐 아니라 고정관념처럼 돼버린 「남자몸 받기전에는 성불할수 없다」는 이른바 變性成佛說을 정면으로부정,여성도 그 자체로 성불할수 있다는 새로운 주장을 제기하고있어 눈길을 모은다.국내 불교학계에서 여성문제를 주제로 학위논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늘날 드러내놓고 여성을 비하하는 종교지도자는 없으나 현실적으론 종교내에 가부장적 思考와 여성에 대한 편견이 지배하고 있는게 사실입니다.신도의 80%이상이 여성인 불교의 경우도 다르지 않아 많은 여성불자들은 이중적인 가치로 갈등과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李씨는 여성불자들이 가족이기주의나 기복불교에서벗어나 정신정화를 위한 수행을 할수 있으려면 여성이라는 것이 성불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어야 할것으로 믿어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한다.
연구결과 女性不成佛說은 경전을 결집.전승.해석하는 과정이 철저히 여성이 배제된채 가부장적사고로 무장된 남성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뤄져 참사상이 왜곡된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의 근거로 그는 원시불교에서 대승불교에 이르는 불교사상 변천사를 보면 여성불성불설이 주장된 시대도 있지만 거꾸로『승만經』등에서는 여성도 성불할수 있다고 되어있어 여성의 성불이 교리해석상의 문제임을 입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아이를 키우는 가정주부로서 꼬박 10년을 매달려 이번에 박사학위를 받은 李씨는 늦깎이의 어려움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않고 작업을 하고 결실을 맺어 주위의 부러움과 찬사를 받고 있다. 서울대 佛文科를 졸업하고 대한일보.한국일보 기자를 지내다74년 강제해직 당한후 가정에 정착한 李씨는 「늘 공부하며 사는삶」을 살고 싶어 82년 동국대불교학과 석사과정을 시작으로 불교학에 뛰어들었다.
지난학기부터 동국대에 강사(여성학)로 출강하고 있으며 앞으로불교내 여성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다.중앙일보 이사.불교방송 사장(직무대리)을 지낸 남편 鄭仁燮씨와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李貞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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