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독자對北정책 추진 시사-韓외무.갈루치 회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訪美중인 韓昇洲외무장관은 7일 오전 워싱턴의 워터게이트호텔 보드룸에서 미국측과 고위 정책협의를 가졌다.한국측에선 韓장관을비롯해 韓昇洙주미대사,張在龍미주국장등이 참석했다.
미국측에서는 로버트 갈루치 차관보,제임스 레이니 駐韓미대사,국무부의 윈스턴 로드 東亞太차관보가 참석했다.
조찬을 겸한 이날 모임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였고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 문밖으로 간간이 웃음소리가 새어나오곤 했다.
협의를 마치고 걸어나오는 韓장관 표정은 밝았고 미국측 인사들도 연신『협의가 잘됐다』고 말했다.
張基浩외무부 대변인은 협의 내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韓美는 오는 23일 개최되는 제네바 3단계 회담에 대비,특별사찰.
경수로.남북관계등 제반사항에 대해 광범위하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이같은 웃음과 밝은 표정,그리고『협의가 잘됐다』는 표현뒤에는 韓美간의 숨길 수 없는 이견이 있고 그 이견을 상호 양해할 수밖에 없는「이해」가 숨어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측과 협의를 마친후 갈루치 차관보는 中央日報와의 인터뷰에서『北-美관계개선과 南北관계 개선이 상호 연계돼야 한다는 것은韓美의 공통된 인식이지만 실제로 협상테이블에서 미국이 북한에(남북관계개선을)강요하는 데에는 어쩔 수 없는 한 계가 있다』고말했다. 그는 또『對北 경수로 지원은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韓美의 중요한 수단으로 한국型 경수로는 향후 전개될 협상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그의 발언은 정책협의가 양측의 입장을 개진했지만 상당한 차이가 있었음을 말해준다.
그의 말은 그동안 韓國정부가 여러번 확인한 원칙적인 입장과는상당한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정부가 그동안 줄기차게 제기해온 北-美관계개선과 南北관계개선의 최소한 동시 병행주장에 美國은 그 당위론적인 측면에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실제로는 이것이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美國이 北韓과 관계개선을 하는데 韓國과 협의를 하지만 꼭 얽매이기보다는 독자적으로 對北정책을 추진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다.
경수로 문제에도 韓國이 한국형을 고집하고 있는 반면 美國은 협상과정에서 여러 변수들과 함께『중요한 역할』을 할 수단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와관련,워싱턴의 한 서방 외교관은 당초 한국형 경수로 채택을 묵인하려던 태도를 보였던 平壤이 최근 입장을 번복한 것은『한국이 국제문제를 국내 정치하듯 한 때문』이라고 말해 한국정부가 이 문제를 다루는 방법에 美國이 불만을 갖고 있음을 시사했다. 핵문제해결에 특별사찰을 꼭 고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韓美는 상당한 이견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韓國은 통일안보회의에서 정리한『특별사찰을 포함한 실질적인 조치』를 말하며 실질조치에 특별사찰이『꼭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했고 이같은 입장을 이번에도 전달했다.
그러나 美國은 갈루치 차관보가 표현한 대로 北韓핵문제를 해결하는데 특별사찰이『아직 필요』하다는 것이『확고한 입장』임을 확인했다. 확고한 입장임에는 틀림없만『아직 필요』하다는 것은 北韓과의 회담진전 상황에 따라 여지를 두려는 입장이다.
이는 韓國이 北韓핵의『과거 까지에』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美國은「현재와 미래의 투명성」이 보장되면「과거 투명성」은 외교관계개선 후에 가능하다는 근본적인 시각차이 때문에나오는 것이다.
美國이 북한문제를 핵문제뿐 아니라 거시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하고 있다면 韓國은 핵문제의 구체적인 내용 하나하나에 미시적인접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다른 접근이 어떻게 좁혀질지 韓美외무장관회담이 주목된다. [워싱턴=崔源起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