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국제경기 출전 고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보낼 수도 없고 안 보낼 수도 없고….아프리카 서부 나이지리아가 국제경기 출전을 놓고 진퇴양난에 빠졌다.원정길에 나선 선수들이 해외에서 무수히 잠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3년 동안 50명 이상의 스포츠 스타들이 국제경기를 틈타 나이지리아를 등졌다.그중 귀국한 선수는 고작 3명.지난달 하순 캐나다 빅토리아에서 벌어진 英연방 대회에서도 비시 티아미유(배드민턴).오거스틴 이다호사(체조)등 2명이 임원진의 삼엄한 눈초리를 피해 종적을 감췄다.
당국은 이 같은 잠적을 차단하기 위해 혈안이지만 묘안이 없다.선수들이 정신차릴 때까지 한시적으로 해외경기를 금지하자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했으나 곧 취소됐다.선수들은 차치하고 失政과 경제난으로 정부에 반감을 갖고 있는 국민들을 달래 줄 밑천이 스포츠뿐이라는 반론이 월등 우세했다.
어쩔 수 없이 당국은 최근 대회개최국에 나이지리아 선수들의 잠적을 막아주도록 로비를 강화하고 선수들에게도 출국직전 법원에서『꼭 돌아오겠다』는 선서를 하게 하는 쪽으로 방침을 굳히고 있다. 그렇다고 그 정도로 선수들의 엑소더스가 멈출 것 같지는않다.일확천금을 노리며 자유롭게 살 수 있는 해외의 「터」를 마다하고 헐벗고 굶주린 데다 노상 민중봉기와 억압정책이 되풀이되는 조국에 미련을 가질 스포츠 스타들은 거의 없는 것.
『나이지리아가 갑자기 천국으로 변하든지 우리선수들이 바깥세계에 대해 무지하든지 둘중의 하나가 아니라면 현재로선 도리가 없다.』 선수유출 방지작전에 앞장서온 클레멘트 이얄루에그베그헤 배드민턴연맹 사무국장의 한숨이다.
〈鄭泰守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