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아시아의고동>4.클라크 경제특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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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98년 필리핀 1백주년(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기념해 필리핀 엑스포를 이곳에서 열고 2002년 세계박람회도 유치하겠다.』 메트로마닐라 북쪽으로 80여㎞를 달려 찾은 「클라크필드」(前 美공군지기,필리핀은 「클라크경제特區」라는 말보다 이 명칭을 즐겨 쓴다).
클라크필드 개발을 위해 설립된 클라크개발㈜의 프랜시스 엘름 부사장은 『항구를 이용하려면 수비크가 낫지만 공항을 이용하자면클라크가 훨씬 좋다』고 말한다.
그는 또『전자.반도체.컴퓨터.소프트웨어.의류등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며 투자 유망 업종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개발면적 4천4백40㏊.공항시설 1천6백20㏊외에▲공단 1천20㏊▲신도시 1천㏊▲공공시설 8백㏊등으로 공단지역만 따질 경우 수비크보다 훨씬 넓다.
클라크필드로 들어서는 유일한 통로인 정문에서 7㎞,클라크개발사무실까지의 10여분동안 지켜본 클라크는 그러나 수비크와는 달랐다.수비크의 짜임새있는 모습과 달리 군데군데 허물어진 건물도보인다. 50㎿ 용량의 자체 발전소 역시 한쪽 지붕이 내려앉은모습이다.91년 피나투보 화산 폭발 때문이다.피나투보까지 직선거리로 불과12㎞,아직도 덜 식은 분화구는 비만 내리면 화산재를 쏟아보내 길바닥은 잿빛이다.
그러나 클라크에 대한 필리핀의 의욕은 대단했고 기업의 투자 역시 늘어나는 추세라고 담당자들은 말한다.
클라크필드 전직원이 명함에 「대통령직속기구」라는 말까지 새겨놓을 정도다.
클라크필드의 홍보담당 레이에스는 『이미 35개 업체와 투자계약을 했고 이 가운데 한국 업체도 두 개』라고 소개한다.
클라크필드 투자를 준비중인 텐트제조업체 ㈜예손의 金鳳一 사장은『기존 공단이 메트로마닐라 남쪽에 밀집돼 북쪽의 클라크가 상대적으로 발전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투자 동기를 밝힌다.
게다가 화산폭발 피해지역인 이곳은 실업구제를 위해 최저임금이다른 지역(1백43페소;1달러=약26페소)보다 낮은 1백12페소로 고시돼 있다.
부지 임대료 역시 첫5년간 月50센타보(0.5페소),다음 5년간 1페소,또 다음 5년간 2페소등으로 다른 공단의 10분의1에 불과해『공짜나 다름없다』는 설명이다.
클라크 당국이 外資유치를 위해 추진중인 공항건설및 인프라 투자계획도 의욕적이다.
엘름 부사장은『공항개발계획 청사진은 일본 미쯔이와 필리핀이 1백만달러를 들여 이미 만들어 놓은 상태』라고 밝힌다.이달중 입찰 참여업체를 발표하고 연내 입찰을 실시,97년말까지는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화물 수송을 위해 수비크와 클라크를 잇는 4차선 고속도로도 놓이게 된다.
***화산폭발 우려 기피도 그러나 클라크필드의 현실은『아직은두고봐야 한다』는게 주요 외국업체들의 평가다.무엇보다 화산재 때문이다.
공항개발 참여를 추진중인 미쯔이의 미요시 부장은 『여러차례의연구 결과 화산폭발은 수백년뒤에나 일어날 것으로 예측돼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한국 기업의 평가는 다르다.
㈜쌍용 마닐라지점장 洪宗源씨는『국내 기업이 화산 때문에 망설이는 것은 사실』이라며『다만 설비가 단순한 중소기업의 경우는 승산이 있다』고 말한다.
어쨋든 클라크는 이미 상업용지가 30%,공단은 20%가 계약이 끝난 상태.투자계약을 맺은 업체는 부지 일부를 다른 업체에다시 임대해주는「땅투기」움직임까지 있다.이왕 투자하려면 지금부터 서둘러야 목좋은 땅을 보다 좋은 조건으로 쓸 수 있다고 이곳 진출 기업인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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