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금융.정보화등 탁월-94 국제경쟁력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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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스위스 국제경영연구소(IMD)와 세계경제포럼(WEF)이 6일공동 발표한 94년도「국제경쟁력 보고서」의 가장 큰 특징은 지난 8년간 1위를 독점해온 일본이 3위로 밀려나고 대신 싱가포르가 2위로 약진한 점이다.
이는 국제경쟁력이 내포하는 의미가 시대의 흐름과 함께 점차 變異돼가고 있음을 상징하고 있어 주목된다.다시말해 특정 국가의단순한 기업 환경을 바라보는 척도에서 한 국가가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총체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로 확대 발전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미국이 오랜만에 정상을 탈환한 것은 최근의 성공적인 경기회복과 산업구조전환,그리고 세계 제1의 국제화 수준등으로 볼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라 할 것이다.하지만 일본이 자국의 경제뒷마당쯤으로 치부하고 있는 싱가포르에 마저 뒤지 게 됐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일본은 국내 산업기반.연구개발 수준.기업경영등에서 싱가포르보다 훨씬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것만이 경쟁력을 담보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번의 보고서는 웅변해주고 있다.
일본의 국내경제실적이 버블 붕괴와 엔高로 인한 불경기로 크게악화된 것은 사실이나 평가 과정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이보다 일본의 정부 부문과 국제화 수준에 초점을 맞추었음을 명확히 하고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정부부문은 지난해의 4위에서 올해는 17위로 추락했다.국제화 수준의 척도라 할 수 있는 문화적 개방성에서 조차 일본은 한국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이에 비해 싱가포르는 우선 조직화 능력과 인재부문등의 높은 평가로 정부 및 국민 부문에서 세계 제1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보다 중요한 것은 외국 무역과 외국기업과의 협조능력,금융서비스,정보화 사회에 필수적인 통 신시스템 정비 등 한 나라의 국제화를 가늠하는 주요 분야에서 싱가포르는 일본을 능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경제실적에서 둘다 탁월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대만과 홍콩을 비교해보면 국제경쟁력의 의미는 더욱 분명해진다.
홍콩이 이번 비교조사에서 97년 중국반환이라는 정치적 불투명성에도 불구하고 전체 41개국중 4위로 비약한 것과,대만이 말레이시아보다 뒤진 18위에 머문 것은 어떤 차이에서였을까.
보고서는 홍콩의 히든 카드를 국제화 수준,기업에 호의적인 정부,금융 자유화 부문에서 꼽고 있는 반면 대만 정부는 산업 통제및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마저 불투명하다고 비판했다.
***말聯 의외로 좋은평가 이는 아시아 4龍 가운데 싱가포르.홍콩,그리고 대만.한국의 격차를 설명해주는 핵심이기도 하다.
4龍은 아니지만 말레이시아는 기업에 우호적인 금융.재정정책과 규제완화 분위기등이 전문가들로부터 의외로 높은 점수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 났다.
국제경쟁력 세계 20위권 안에 들어간 아시아국가가 싱가포르.
일본.홍콩.말레이시아.대만등 5개국으로 늘어난 것도 94년도 국제경쟁력 보고서가 지적한 특징이다.그리고 같은 처지인 한국만이 2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은 아직 국제화가 뿌 리를 내리지못하는 우리에게 매우 교훈적이다.
〈李信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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