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생명컴퓨터美日서 연구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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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인간의 사고력을 컴퓨터에 접목시키는 첨단 컴퓨터이론으로 각광받아온 인공지능(AI)이나 퍼지(Fuzzy)기술에 이어 최근「인공생명(Artificial Life)」이라는 차세대 컴퓨터이론이 등장,美國.日本을 중심으로 연구가 활발히 진 행되고 있다. 65년 美 버클리대 수학과 자데교수에 의해 소개된 퍼지이론은 일상적인 생활에 많이 쓰이는 모호한 표현,즉「두어 개」「약」「정도」「크다」「춥다」등 현상의 불확실한 상태를 그대로 표현하는 방법론으로 등장했다.그 이후 퍼지기술은 일본을 중심으로 가전분야와 산업제어.모의실험.사회과학분야 등에서 제각기 독립적으로 연구됐다.그러나 이러한 퍼지기술은 인공지능의 일부를 해결한데 지나지 않았다.
결국 학자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이론이 모색되다 80년대 말부터 인공생명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등장했다.인공생명은 컴퓨터 시스템 자체가「생명」을 지녀,마치 자연의 생명체가 성장하며 발전하는 것과 같이 컴퓨터가 하나의 생명체 구실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분야의 연구는 美 산타페연구소의 크리스토퍼 랭톤 박사가 87년 인공생명 워크숍을 열었던게 시초로 꼽히고 있다.
일본 ATR인간정보통신연구소에서 인공생명을 연구하는 한국인 趙誠培박사(29)는『인공생명의 목적은 생명체가 갖고 있는 장점들인 자율성.적응성.진화성.자기복제등의 기능을 갖는 컴퓨터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한다.즉 컴퓨터 시스 템 스스로가자신을 진화시키는 프로그램을 계속 생성.발전시켜 나가도록 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시스템이 완성되면 조지 오웰의『1984년』처럼 컴퓨터가 인간을 능가,세상을 지배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같은 인공생명의 개념에 대해 趙박사는『발생(Emergence)과 진화(Evalution)로 설명되는 생명의 본질을 분석적으로 연구하는 생물학에 비해 컴퓨터등의 인공매체에 인간과 같은 생명체의 행동을 합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이 분야의 연구에는 생물학.물리학.심리학등 전산학 이외분야의 학자들이 참가하고 있다.
美 델라웨어대학의 토머스 레이 교수는 컴퓨터내의 프로그램이 마치 생명체처럼 진화하는 것을 보여줘 컴퓨터 시스템이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인공지능과 인공생명은 자연의 생명현상과 인간의 기능을 컴퓨터시스템에 접목시킨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차이점도 크다.
趙박사는『인공지능은 컴퓨터에 지능적인 기능을 부여하기 위한 수단으로 계산적인 구조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인공생명은 생명체를 유지시키는 자연의 현상에 기반을 두고 새로운 방법론을 찾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국내에서 인공생명에 관한 연구는 몇몇 학자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정도의 초보적인 수준이며 전산학계조차 학술적 접근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金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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