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설치 조형물 수천 점이 ‘둥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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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설치미술 작품이 내걸린 군산동고교 교정과 이 작업을 주도한 강정숙 교사.

“여기가 학교야, 미술관이야.”

 군산동고등학교 교정에 들어서는 사람들은 한번쯤 눈을 비비며 탄성을 터뜨리게 된다. 우산·한지·물고기·별 모양 등 수천 점의 조형물이 건물 사이 허공에 형형색색으로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1~3학년 전교생 740여명이 참여해 만들었다. 삭막한 벽돌·콘크리트 건물 교정을 설치미술 전시장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을 주도한 이는 강정숙(43) 미술교사.
 지난 해 이 학교로 전근 온 그는 공부에 내몰리는 학생들의 마음에 꿈과 희망·자유를 심어 주고 싶었다.

 “1주에 1시간씩 든 미술 시간만이라도 즐거움과 휴식을 주고 싶었죠. 그러나 미술하면 무조건 흰 종이 위에 스케치를 하고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생각해 다들 지겨워하는 표정이었어요.”

 강 교사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느낀 것을 설치미술로 표현하도록 방향을 잡아줬다”며 “각자 직접 뚜드럭거리고 손으로 짓이겨 만들고 공간에 매달다 보니, 모두들 흥미를 갖고 작품에 심혈을 기울이더라”고 말했다.

 이번 설치미술 작업은 여름방학을 포함해 7개월이 걸렸다. 처음에는 아이디어를 짜내 작품을 구상하고, 우산에 아크릴 물감으로 이를 표현한 뒤 방수처리를 했다. 이어 철사를 연결하고 끈으로 묶는 과정을 거쳤다.

 3학년 김원중(19)군은 “내 작품이 하늘에서 나풀거리는 것을 볼 때마다 어깨가 으쓱해진다”며 “입시공부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마다 친구들과 함께 정원에 나와 작품을 보면서 희망을 얘기하고 서로 소통의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강 교사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예체능 과목은 내신성적 몇점을 올리기 위한 들러리로 취급하고 있다”며 “아이들의 짓눌린 가슴과 회색빛 꿈에 활기를 불어 넣고 창의적 사고를 일깨우 데 미술·음악만큼 역할이 큰 것은 없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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